[회계변혁 시대②] 감사보수 10년째 제자리… ‘박리다매’ 출혈경쟁 내몰린 회계법인

입력 2018-04-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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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업권별 표준 감사시간 공표… 적정보수 산출 가이드라인 될 것”

국내 대표 기업인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위 기업의 감사보수가 제자리인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기업이 스스로 감사보수를 인상하길 바라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 회계법인의 저가 수주 경쟁 역시 시장을 통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제의 공공재인 감사는 시장의 기능보다는 규율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회계사들은 감사를 따오는 이를 ‘찍새’, 회사 재무제표 수치를 분석하는 이를 ‘딱새’라는 은어를 쓰고 있다” 며 “찍새의 지분이 많은 문화가 바뀌어야 감사품질과 보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당 감사보수 10년간 2만 원 올라 = 부문별로 보면 금융·증권사의 시간당 감사보수가 가장 낮았다. 우리은행, 한국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97, 98, 99위를 차지했다. 이외 금융사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메리츠종금증권 6만 원(89위), 키움증권 6만4000원(81위), ING생명 6만6000원(79위) 등 하위권을 차지했다. 이런 배경은 금융사의 비감사 부문 용역 발주가 많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사 감사를 맡으면 해당 기관의 용역을 수행할 수 없다” 며 “이 때문에 감사를 저가로 수주해 해당 금융사에 잘 보인 뒤 향후에 비용역 발주를 따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 기업뿐 아니라 상장사 전체로 봐도 시간당 감사보수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상장사의 평균 시간당 감사보수는 9만7206원이었다. 해당 수치는 지속 하락했으며 2014년부터 7만 원대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007년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16년 기준 13만 원에 해당한다. 노준화 충남대 교수의 2015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감사보수는 일본의 11.0~27.5%, 미국의 7.2~23.5% 수준에 불과하다.

박종성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2011년 IFRS 도입 이후 감사 투입시간은 증가했지만 감사보수는 상대적으로 적게 늘었다” 며 “투입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시간당 감사보수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전부 개정으로 2020년부터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6년 자유+3년), 감사인 등록제, 표준 감사시간 등이 지정되면 기업의 갑질과 회계법인의 저가 경쟁은 상당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감사인 지정제로 경쟁을 줄인 뒤 표준 감사시간 제정으로 과거보다 시간과 보수를 늘리는 선순환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감사보수가 낮아지면서 시간과 품질 역시 줄거나 저하되는 악순환 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감사시간은 투입된 인력의 누적 감사 시간을 뜻한다. 기업은 감사시간이 증가한 만큼 감사비용을 늘린다.

윤승준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는 “국내 감사보수는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 회계법인의 입지가 과거보다 올라가 보수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금융당국 감사보수 가이드라인 마련 = 금융당국은 지정 감사를 대상으로 적정 보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공회는 올해 말 업권별 표준 감사시간을 공표한다. 제조·서비스·건설·금융 등 각 산업 부문을 자산 규모별로 세분화해 적정 감사시간을 정하는 과정이다.

현재 자산 5조 원 이상 기준 상장된 건설사의 최저 감사시간은 연 1만2730시간이 검토되고 있다. 이어 제조업(1만1200시간), 도소매업(9400시간), 서비스업(7620시간), 금융업(5280시간) 순이다. 이러한 표준 감사 시간이 확정되면 이를 참고, 적정 보수 가이드라인을 산출한다. 손영채 금융위 공정시장 과장은 “표준 감사시간이 나와야 지정 감사인의 적정 감사보수를 정할 수 있다”며 “기업에도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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