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영 석유·가스기업 아람코가 5월 원유 판매가격(OSPㆍOfficial Selling Price)를 발표했다. 아람코는 대표 유종인 경질유(사우디 아람코 아랍 라이트ㆍAL)의 OSP를 인상함으로써 국내 정유업계의 경질유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10일 정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유종별 5월 OSP를 배럴당 경질유 1.20달러, 중질유 -0.85달러, 초중질유 -2.05달러로 조정했다. OSP란 사우디 등 산유국의 정부 공시 원유 판매 가격을 말한다. 즉,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를 팔 때 시장가격 대비 얼마나 할증ㆍ할인할 것인지 알려주는 지표로, 원유의 최종 판매가격은 ‘원유값+OSP’가 된다.
이번 조정으로 경질유는 지난 달 대비 0.1달러 상승했지만 중질유와 초중질유의 경우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3달러와 0.2달러 하락했다.
경질유 OSP 상승 배경엔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 움직임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백악관 국가 안전 보장 문제 담당 보좌관인 맥매스터가 퇴임하고, 그 뒤를 매파인 존 볼튼이 이어받으며 이란 핵 제재가 더욱 강력해질 거란 예측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미국 정부의 변화에 이란이 아시아에 수출하는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물량을 약 39%정도 줄이면서 전 세계 공급 불안정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콘덴세이트는 납사를 정제하기에 유리해 석유화학업계에서 쓰이는 원유다. 그러나 콘덴세이트 공급이 줄어들면서 석유화학업계가 대안책인 경질유로 시선을 돌리고, 몰리는 수요를 의식해 이란의 인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질유 OSP를 올렸을 거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아람코 상장이 2019년 상반기로 미뤄져 그때까진 OPEC의 감산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전우제 흥극증권 연구원은 “2019년 초까지 OPEC의 감산이 지속돼 당해 상반기까지는 OSP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석유공사가 공개한 올해 2월 경질유 수입 단가는 배럴당 69.50달러로, 이는 중질유(61.86달러)와 초중질유(63.73달러)를 상회하는 가격이다. 경질유 수입 단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8달러~69달러 선을 오르내렸다.
줄어든 콘덴세이트 물량과 높아지는 경질유 가격에 국내 정유업계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정유사들은 무엇보다 원유 공급처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란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노르웨이산 콘덴세이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SK에너지와 한화토탈 또한 호주, 적도기니, 카타르 등 다양한 공급처를 물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의 추의를 보고 가장 경제적인 원유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