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자체 패션 부문 사업을 강화하며 현대백화점의 한섬과 신세계의 신세계인터내셔날(SI)과 진검승부에 나선다. 장기적으로 패션 브랜드 수입과 패션 브랜드 매장 수수료만으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패션 부문을 엔씨에프(NCF)로 모아서 패션브랜드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글로벌패션(GF) 사업부문을 5월 31일자로 NCF에 양도하기로 했고 브랜드 사업권도 NCF에 맡겼다. 롯데백화점은 “GF 양도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종합 패션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것으로 백화점 내 편집숍 등은 별도로 백화점이 운영한다”고 밝혔다.
NCF는 이와 함께 524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25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274억 원은 GF부문 브랜드와 인력 인수에 사용한다.
롯데는 2005년 GF 사업부문을 출범하고 현재 ‘겐조’, ‘훌라’, ‘타스타스’ 등 수입브랜드를 비롯해 롯데백화점의 남성복 PB ‘헤르본’ 등 15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2010년에는 여성복 ‘나이스크랍’과 ‘티렌’ 등을 전개하는 NCF를 190억 원에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인수 당시 패션 사업부문 매출을 2018년까지 3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규모를 보면 달성이 쉽지 않다.
현재 업계가 추산하는 롯데의 지난해 패션 사업부문 매출은 2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NCF는 인수 당시 485억 원에서 지난해 889억 원으로 매출 규모가 두 배가량 늘었지만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의 한섬, 신세계의 SI와 비교하면 미미하다.
‘타임’, ‘마인’ 등 인기브랜드를 보유한 한섬은 지난해 SK네트웍스의 패션 부문까지 인수해 작년 매출이 1조2000억 원대에 달한다. ‘지방시’, ‘셀린느’, ‘끌로에’ 등 해외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판매와 운영에도 강점을 가진 SI 역시 1조1000억 원대 매출로 두 회사 다 1조 원을 넘는 규모다.
다만 한섬과 SI가 백화점 채널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성공한 만큼 롯데 역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와 브랜드를 유치한다면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이 막힌 데다 수수료 부과에 대한 각종 논란 등 백화점 자체 상품 보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막강한 백화점 유통망을 기반으로 양질의 PB 제품을 선보여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