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기준 금과 백금의 가격차는 1온스당 400달러(약 42만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금속의 가격 흐름이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 악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신문은 거듭 강조했다.
올해 들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온스당 13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 3회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현물자산인 금에 역풍을 일으키는 요인이지만 금값은 견고하다. 지난해 1분기 금 가격은 1100~1200달러대에 머물렀으나 현재는 1300달러대에서 단단한 저항선이 형성된 상황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금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온건파 인사들을 경질하고 강경파로 대체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해임하고 그 자리를 각각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볼턴 전 유엔(UN) 주재 미국 대사로 채웠다.
폼페이오와 볼턴 모두 대북한 강경파로 분류되며 볼턴은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맺은 이란 핵 협상에 비판적이다. 만약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파기되거나 경제 제재로 이어지면 중동의 정치적 긴장감은 급속히 높아진다. 귀금속 전문 독립 애널리스트인 가메이 고이치로는 “북한 문제는 북미 회담의 뚜껑을 열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5월에는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예정돼 있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기 쉽다”면서 “이러한 위험이 커지면 1370달러대 상한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산업 수요에 민감한 백금 가격은 하락세다. 백금 수요의 40%를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장치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심화해 전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면 경기침체로 백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시장에서 백금 선물은 온스당 940달러 선으로, 지난 2개월간 10% 하락했다. 기쿠가와 히로유키 닛산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래 백금은 유럽의 디젤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가격 침체가 계속됐다”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발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관세 계획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전날 미국산 돼지고기 등에 보복 관세를 시행했다. 신무라 나오히로 마켓리스크어드바이저리 대표는 “무역 마찰로 경기가 나빠지면 백금 수요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외교와 통상을 넘나들며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불확실성이 금과 백금의 가격차를 벌린 셈이다. 신문은 이런 가격차가 더 확대되면 국제 사회가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한층 더 불안정해진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