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 운명의 마지막날…숨가쁘게 돌아간 금호타이어 시계

입력 2018-03-30 22:53 수정 2018-03-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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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정치적 개입 불가" 천명, 막판 재무적 투자자까지 등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이 3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채권단, 노사정이 긴급간담회를 5시간여를 진행한 끝에 '더블스타로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하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이 3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채권단, 노사정이 긴급간담회를 5시간여를 진행한 끝에 '더블스타로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하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노사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종료 3시간을 앞두고 해외자본 유치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운명을 가른 마지막날, 청와대는 '개입불가'를 천명했고 뜻밖의 재무적 투자자 등장설까지 '금호타이어'의 시계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30일 광주시청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통해 "중국 더블스타로부터의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5년간의 워크아웃, 한차례 매각 불발, 6개월여간의 자율협약 등 부침을 겪었던 금호타이어가 해외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의 길을 택한 셈이다. 노사는 조합 내부절차에 따라 합의안을 최종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채권단에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유동성이 고갈된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는 이날 자정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즉시 2조4000억 원에 이르는 국내외 금융채무를 순차적으로 갚아야할 상황이었다. 먼저 270억 원의 기업어음 만기가 내달 2일 돌아오고, 5일에는 회사채 400억 원 상환만기도 닥친다. 어음부도를 막기 위해 2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할 상황이었다.

▲한용성 금호타이어 사장은 금호타이어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KDB산업은행 등이 통지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MOU) 제출 시한 디데이(D-day)가 오늘”이라며 마지막날까지 노동조합의 결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한용성 금호타이어 사장은 금호타이어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KDB산업은행 등이 통지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MOU) 제출 시한 디데이(D-day)가 오늘”이라며 마지막날까지 노동조합의 결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 靑 "정치적 논리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겠다" = 운명을 가를 마지막날, 청와대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자본유치와 관련해 "정부는 절대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정치적인 개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와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정치적 개입은)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금호타이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이유는 시장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전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같은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치적 논리로 해결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많았다는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날 오전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용성 금호타이어 사장은 역시 "법정관리 신청 서류를 모두 준비했다"며 "노조가 (해외매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까지만해도 사실상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한 사장은 일말의 희망은 남겼다. 이날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을 대신해 주총 의장을 맡았던 그는 "채권단이 영업일 기준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토, 일요일이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주말에라도 노조가 극적으로 동의해서 회사가 살아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김 회장은 전날 광주로 내려가 노조 집행부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다. 한 사장은 "(김종호)회장이 내려가서 노조와 최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주말까지도 광주에 남아 노조를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전해 희망의 여지를 남겼다.

◇타이어 뱅크 外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까지 등장 = 자율협약 종료를 하루 앞둔 전날에는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가 나타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투자자의 실체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했다.

'S2C 캐피탈'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투자자는 기자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금호타이어에 6억달러를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6억 달러는 연 3∼5%로 대출하는 조건,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담보이지 경영권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달았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이런 내용의 '투자의견서(LOI)'를 팩스와 이메일로 제출했으며, 산업은행 면담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앞서 유통업체 타이어뱅크 역시 금호타이어 인수의사를 공식발표했으나 현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분류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멀어졌다.

자율협약 종료를 앞두고 금호가(家)에서 물밑 인수작업을 추진한다는 소문까지 퍼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매각을 반대하는 생산직 중심 노동조합 측 인사들이 투자자 행세를 한 게 아니냐는 '자작극'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금호타이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종료가 임박하자 혼탁한 양상이 빚어졌다.

◇ 9시간 만에 법적관리 감수→해외자본 유치로 급선회 = 청와대의 발언과 회사 사장의 해외매각 촉구 발언에도 노조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노조 측은 "그간 노조의 입장이 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금호타이어 노조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하고 해외자본 유치 또는 법정관리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제시된 매각방식 때문에 인수 의사를 철회한 국내 업체가 있음을 주장하며 채권단에 공개매각을 요구했다.

조삼수 금호타이어 생산직 노조 대표지회장은 "매각이 공개 입찰 방식이 아닌 중국 더블스타와의 수의계약으로 진행 중이라 인수 의향을 철회한 국내 업체가 있다"며 채권단의 해외 매각 입장을 반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이 유일한 해법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우려된다는 여론의 압박이 노조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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