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준(41·가명) 씨는 지난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P2P상품에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글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김 씨가 투자한 상품은 목표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이었다. 하지만 투자만기(9개월) 시점에 연체가 발생해 P2P업체에 확인해 본 결과, 해당 PF건물은 착공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김 씨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떼일 상황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 주는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거래하는 개인간(P2P)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며 개인투자자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투자 방법, 확실하지 않은 정보 등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지만, 관련법이 없어 감독 사각지대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P2P대출액은 총 2조822억 원으로 전월 1조9366억 원 대비 7.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부동산PF(건축자금) 대출이 7048억 원, 부동산 담보대출 5466억 원, 기타 담보대출 4317억 원, 신용대출 399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출 잔액에 대한 부실률은 전월 2.49% 대비 1.22%포인트 증가한 3.71%로 집계됐다.
2016년 말 1.24%에 불과했던 P2P 대출 전체 연체율은 11개월 만에 7.12%로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 부동산 전문업체에 대한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1.22%에서 13.71%로 11배 이상 폭등했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관련 P2P 대출은 전체 대출의 61.5%나 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과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관련 대출 상품의 연체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며 부실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P2P 관련 법이 제정돼 있지 않다 보니, 금융당국의 통제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렇다 보니, 허위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 신고해도 잡아낼 길이 없다. 지난달 200억 원대의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은 P2P대출업체를 투자자 140명이 사기혐의로 집단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P2P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등 P2P대출 연계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키로 했다. 유광열 금감원장 대행은 “최근 P2P 대출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며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들을 선제적으로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P2P관련 법이 없어 금융당국이 업체를 직접 관리·감독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P2P금융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한 자율 규제를 하고 있지만 200여 개의 업체 중 협회에 가입한 곳은 64개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이 아닌 P2P업체의 투자 상품은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어서 투자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PF 위주로 P2P 시장이 쏠림현상을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