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지모바일에 이어 이마트도 알뜰폰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사업을 최종 중단할 경우 지난해 홈플러스에 이어 이마트까지 알뜰폰 시장의 '연쇄 엑소더스’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이마트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알뜰폰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기기변경(신규단말) 서비스를 중단한다. 현재 이마트 가입자는 5만 명이다. 사실상 이 숫자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렵다. 회사 측은 아직 사업 중단은 아니며 사업 재정비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철수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통신 시장이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알뜰폰 사업이 정체된 만큼 재정비를 통해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례를 들며 이마트가 조만간 사업을 철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3년 이마트와 같은 해에 KT와 LG유플러스 통신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홈플러스(플러스 모바일)는 지난해 11월 4년 8개월만에 알뜰폰 사업을 접었다. 수익성 악화가 심해지자 이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사업 철수 2년 전인 2015년 6월부터 신규 가입자를 중단한 바 있다.
이마트도 당시 홈플러스와 상황이 비슷하다. 현재 실적 악화로 신규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데다 실적이 저조한 오프라인 매장을 매각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 가입자 55만 명에 달하는 알뜰폰 4위 사업자 이지모바일도 사업 철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모바일은 지난 2월부터 온라인을 통한 가입을 포함한 일체의 고객상담 서비스를 중단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주로 온라인으로 가입과 상담이 이루어지는 알뜰폰 사업 특성상 사실상 사업이 일시 중단된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난달에는 경영 악화에 시달리다 우체국 알뜰폰 사업에서 자진 철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힘을 쏟았던 알뜰폰 사업이 현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활성화 공약이 없는 상태”라면서 “알뜰폰 생존을 가늠하는 망 도매대가 재산정을 위해 정부가 알뜰폰협회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7.2%포인트로 결정했다. 애초 10%포인트 이상 약속했던 것에 턱없이 부족한 공약 후퇴다.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구간 도매대가 비율은 전년 대비 2.26%포인트 인하에 그치면서 LTE 무제한 서비스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CJ헬로를 필두로 한 알뜰폰협회 비상대책반은 늦어도 다음 달까지 정부와 망 도매대가 협상에 나선다. 이통사에 지급하는 도매대가가 너무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한편 알뜰폰은 2011년 출범 이후 영업손실을 지속해 왔으며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3264억 원에 달한다. 고객이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옮긴 고객은 63만8435명으로 2016년(52만7794명)보다 2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월별 이탈자가 유입 고객을 추월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6~12월 번호이동 순감 규모가 8444명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