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21일 방한해 금호타이어 노조를 설득하기 위한 각가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알맹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자 파악을 위한 자료 제공 요청에 5장짜리 소개서를 제출하는 데 그쳤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의 일방적인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23일 금호타이어 노조에 따르면 전날 더블스타는 노조에 A4용지 5페이지 분량의 회사 소개서를 전달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향후 10년간 고용보장을 포함한 국내 법인의 경영계획 자료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더블스타가 제시한 자료는 이미 온라인상에 공개된 재무제표와 사업 설명 등의 내용이 전부이며 노조가 요구한 내용은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국내법인 고용보장을 포함해 어떻게 안정적인 경영을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객관적인 자료를 요청한 것인데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날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노조를 설득하기 위한 방안을 밝혔다. 단체협약을 포함해 금호타이어 사측이 노조와 체결한 합의를 모두 존중하고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3년간 고용보장 기간이 끝난 후에도 국내 법인을 철수하지 않고 금호타이어 본사를 한국에 두겠다고도 공언했다.
차이 회장은 줄곧 “노조의 역할이 금호타이어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며 “더블스타 역시 직원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 여겨 노조와 이해상충 없이 함께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뿌리(금호타이어 한국법인)가 튼튼해야 가지(금호타이어 해외법인)가 풍성하다’, ‘사랑한다면 함께할 수 있다’ 등 중국 고사를 수차례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노조는 구두발언이 아닌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는 입장이다. 단체협약과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상 확실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사측은 더블스타로의 매각은 대주주 변동에 불과해 단체협약과 고용이 법률상 보장된다고만 밝히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대주주 즉, 경영권의 변동은 경영정책의 큰 변화”라며 “국내공장 축소, 폐쇄 등의 경영정책이 실현될 경우 국내 고용보장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법률상 보장된다는 것은 허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더블스타로의 매각 이후에도 금호타이어의 2대 주주이자 채권자로서 불합리한 경영을 견제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역시 구두발언일 뿐, 계약서상 확인 가능한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전날에 이어 차이 회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방문 의사를 밝히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투표 일정 등을 고려하면 26일께부터는 해외매각을 포함한 자구안 찬성 여부에 대한 투표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돼 바로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