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發 토지공개념 놓고 갈라진 전문가·법조계

입력 2018-03-2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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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 A씨는 작년말 재건축부담금으로 9000만 원을 예상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이 도입된 후 재건축 부담금 부과율이 상향 조정되면서 3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사례2. 70대 은퇴 계층인 B씨는 1가구 1주택자다. 집 한 채를 구입해 월세 수익을 얻으며 아내와 함께 노후 생활을 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개헌안이 통과된 뒤, 그동안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에 부딪쳤던 주택거래허가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이란 찬성 의견과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뒤엉키고 있다.

◇ “컨센서스 불충분” vs. “불평등 해소 대안 적절”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례는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 예상되는 가상의 상황을 그린 내용이다.

토지공개념이 명시화되면 ‘개인이 땅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을 막는 수단’이 생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회적 합의가 불충분한 상황에 시장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공개념을 명시화하면 부동산 산업 위축, 건설업 위축 영향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재개발·재건축 역시 직격탄을 받을 수 있는데 재건축초과이익에 대한 부담금도 강화하고, 부담률도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토지공개념을 강화한 개헌이 이뤄지면 주택거래허가제도 부동산 경기 과열 양상이 있을 때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된다”며 “주택거래허가제는 현행 헌법대로면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 시비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이 도입되면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보유세 등 각종 부담금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며 “ 그런 부분에서는 기업이라든가, 상업용 부동산(오피스, 매장용 빌딩)으로 많은 임대료를 받는 특정계층의 세금이 무거워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역시 “서민의 주거권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되며, 보유세, 종부세 법안을 추진하는 데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회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토지공개념 강화 개헌안을 반기고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개헌안 내용을 발표하며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토지공개념 강화의 원인으로 꼽은 점은 굉장히 적확한 문제의식으로 평가한다”며 “이번 개헌을 통해 토지를 소유한 것 자체만으로 얻는 이득에 대해서는 정부가 환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종일 국제정책대학원(KDI) 교수는 “토지는 국민 삶의 터전이고 또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나라도 개인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토지를 취급하지 않는다”며 “토지의 가치 자체가 주변에 어떤 인프라가 조성되느냐 등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재산권 개념에 대입해서 볼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 법조계 “토지 특성상 규제 필요” vs. “입법으로 해결할 부분”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한다는 청와대 발표를 두고 헌법학자들의 평가도 분분하다.

공급이 한정돼있는 토지 특성상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한한 토지를 재산축적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토지공개념 강화는 필요하다”며 “의미를 강조하는 것일 뿐 기존 헌법 질서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맡은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땅값 상승으로 얻은 이득을 과세하는 것은 사회정의 관념에 부합한다”며 “나중에 위헌 소지를 막기 위해서 확실하게 헌법에 넣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산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도 헌법 조문에 명시되면 똑같은 ‘헌법’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우려라는 의견이다. 권형둔 공주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을 해석할 때는 전체 통일성을 보고 체계적으로 해석한다”며 “(토지공개념은) 과도하게 한정된 자원을 갖고 부를 쌓는 방향으로 갈 때 작동하는 것이지 사유재산을 부인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을 헌법에 기대는 ‘헌법 만능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법률로 정해도 되는 것을 헌법으로 끌어올리면서 진보의 색채를 덧씌우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며 “보수, 진보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 의식이 (헌법의) 기초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

김해원 부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헌 논의 가운데 상당 부분은 법률을 개정하면 다 해결되는 것”이라며 “법률이라는 쉬운 수단으로 할 수 있으면 먼저 하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고 했다. 개헌을 위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것도 다수의 동의를 전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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