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찔끔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내외적으로 상반된 재료가 부딪치면서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밤사이 미국 2월 소매판매가 예상밖으로 부진했다. 0.1% 하락해 시장 예측치 0.4% 상승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달러가 약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경질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주요인사들의 잦은 교체도 불안감으로 작용했다.
장중에도 달러·엔이 하락한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상승반전에 성공해 이 역시 상충된 재료로 영향을 미쳤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나흘만에 1000원선을 회복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상충된 재료속에서 원·달러가 움직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다음주 21일 미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결정도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그 전까지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1060원대 박스권 등락을 예상했다.
다만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은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기적으로는 1050원을 하향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5.56원 오른 1004.86원을 기록했다. 9일(1002.48원) 이후 1000원선을 회복한 것이다.
역외환율은 소폭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064.3/1064.6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0.65원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6.30포인트(0.25%) 오른 2492.38을, 코스닥은 3.51포인트(0.40%) 상승한 890.43을 보였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00억100만원어치를 매수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247억76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방향을 잡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밤사이 미국 주요 지표들은 예상보다 좋지 않아 달러 약세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글로벌 증시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마찰 우려로 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낙마하면서 정치적 불안이 경제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감도 영향을 미쳤다”며 “글로벌 달러 약세와 증시 약세라는 상반된 재료로 원·달러가 좁은 레인지에서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자산선호와 달러 약세라는 상반된 재료가 부딪치면서 원·달러도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흐름이다. 다만 4월 남북정상회담 후엔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수 있다는 생각이다. 원·달러도 그땐 1050원 밑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달러·엔이 장중 레벨을 낮추면서 불확실성을 제공했고 원·달러 지지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주가도 장중 상승반전했다. 상하방 모두 막힌 흐름이었다”며 “다음주 FOMC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듯 싶다. 1060원대 흐름이 이어지겠다. 무역전쟁이라는 변수도 지켜볼 요인”이라고 전했다.
오후 3시45분 현재 달러·엔은 0.35엔(0.33%) 떨어진 106.02엔을 기록한 반면, 유로·달러는 0.0014달러(0.11%) 오른 1.2375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