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은 지난해 말부터 예고된 만큼 일부 내용은 이미 내부 규범에 반영했다. 앞서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 감사위원, 회장 등 임원을 뽑는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 회장을 배제했다. 다만 이를 미 반영한 신한금융 등 일부 금융지주사는 후속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사추위 배제… 농협금융 사외이사 2/3 미달 = 금융당국이 15일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사추위), 감사위원후보추천위(감추위)에서 회장을 배제해야 한다. 현재 이를 준수하고 있는 곳은 9개 금융지주사 가운데 KB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 BNK금융, DGB금융, JB금융 6곳이다. 나머지 신한금융과 한국투자금융, 메리츠금융지주는 회장이나 대표가 사추위(임추위)에 포함돼 있다.
신한금융은 감추위에는 회장이 배제돼 있지만, 사추위에는 조용병 지주 회장을 당연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한투금융과 메리츠금융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라는 단일 조직에서 뽑는데, 임추위에 대표이사가 포함돼 있다. 해당 대표이사는 한투지주는 김남구 대표이사, 메리츠금융지주는 김용범 대표이사다. 이들 금융지주는 각각 사추위, 임추위에서 회장과 대표이사를 배제해야 한다.
지난달 KB금융와 하나금융는 사추위에서 윤종규 회장, 김정태 회장을 배제했다. 농협금융과 BNK금융은 이전부터 지주회장이 임추위에서 제외돼 있었다. JB금융과 DGB금융은 각각 1월, 2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임추위에서 김한 회장과 박인규 회장을 제외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라 임추위에 사외이사를 더 늘려야 하는 곳은 농협금융과 한투금융이다. 개선안은 임추위 내 사외이수 비중을 현 ‘절반이상’에서 ‘3분의 2 이상’(66.6%이상)로 늘리라고 했다. 현재 농협금융 임추위는 총 임추위원 5명 가운데 사외이사가 3명(60%)으로 기준(66.6%)에 미달한다.
실제 1월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검사에서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수가 적다는 점을 지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9개 지주사 중 1월 농협·메리츠·JB금융 등 3곳에 대한 검사를 끝마친 상태다. 한국투자금융도 농협금융처럼 임추위원 5명 중 사외이사가 3명에 불과하다.
한편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지주회장을 법적으로 배제하는 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추위와 감추위에만 회장을 배제시킨 것이다.
이는 현재도 지주회장 연임시 회추위에서 의결권이 박탈되는 만큼 회추위 독립성이 담보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은 회장이 연임할 때는 회추위 위원에서 제외하고, 연임을 안 할 때만 위원에 포함시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금도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롱리스트에 포함되면 의결권이 제한된다”며 “연임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배제하는 것에서 약간 톤타운을 했다”고 말했다.
◇보수 5억 원 이상 고액연봉자 보수 의무공시… 주주총회 심의까지 받아야 = 금융당국은 이번 지배구조 개선방안에서 고액연봉자의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시하기로 했고 임원의 보상계획을 주주총회 심의를 받기로 했다. 임원 보수의 산출기준과 지급방식 등 보상계획에 대한 주주들의 감시가 강화되는 것이다.
보수총액 5억 원 이상 임직원, 성과보수가 2억 원 이상인 임직원에 대한 개별보수는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등기임원의 보상계획(임원 보수의 설계와 운영, 보수총액의 산출기준과 지급방식)은 등기임원 임기 내 1차례 이상 주주총회에 상정해야 한다. 이는 주주의 찬반투표를 통해서 보상계획의 정당성을 높이고 주주동의를 받지 못한 보상계획은 자율적으로 수정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다. 일명 ‘Say-on-Pay’라는 불리는 이 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다만 주총 투표 결과는 권고사항일 뿐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 ‘최대주주 전체·영향력 행사 주주’로 확대 =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서 지배구조뿐 아니라 금융사를 실제로 소유하는 지배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주주가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사를 소유할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적격성을 엄격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날 금융위가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르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현재 ‘최다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와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주주’까지 확대된다.
현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최다출자자 개인 1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경영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자를 심사하지 못하고, 심사실익이 낮은 자를 심사해야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금융위 설명이다.
예컨대 금융회사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 집단으로 구성된 경우 최다출자자 1인 외에 특수관계인 주주들도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는 최다출자자 1인만을 심사하게 된다. 이에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특수관계인들이 심사 대상에서 원천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에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경우도 새로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