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테마주와 선긋기

입력 2018-03-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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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기자

“말은 많아도 선거철에는 테마주를 일단 담고 가야죠.” 한 증권업 관계자가 정치테마주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선과 같은 선거철에 특정 후보의 테마주인 종목을 가지고 있으면 기대 심리와 함께 해당 종목이 선거 기간까지는 오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결국, 시장 전문가 집단에 속한 이들마저도 테마주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게 대화의 결론이었다.

6·13 지방 선거까지 3개월가량 남았지만,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정치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가 최근 큰 폭으로 급등했다.

6일에는 여권 내 대권 잠룡으로 불리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른바 ‘안희정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이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각에서는 특히 안희정 테마주 중 하나였던 SG충방의 경우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이슈가 터지기 직전인 5일에 주가가 8% 넘게 폭락했고, 최대주주가 블록딜(시간외매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자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사실 이들 종목이 테마주로 엮인 배경을 보면 황당한 경우가 많다. “A라는 회사의 사외이사가 B라는 정치인과 대학동문이라서”, “대선주자 C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 함께 일한 동료가 D회사의 대표라서” 등의 이유다. 회사가 관련이 없다는 공시를 내도 번번이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널뛰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이러한 테마주 변동성에 대한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등락에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근거 없는’ 테마주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선진 투자 문화는 자리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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