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은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농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기초를 다지기 위해 많은 분야에서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 가운데 농업 생산의 기초가 되는 흙을 소중히 가꾸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흙은 식물이 자라는 토대가 되고, 우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을 정화하고 저장해서 제공한다. 또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완화하고 다양한 생명체에 삶의 보금자리를 제공해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농업의 기능 중 하나인 공익적 기능은 흙의 기능 내지 역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를 통해 흙은 우리 인류와 항상 함께해 왔다. 세계 4대 문명인 이집트문명, 인더스문명, 황하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농업혁명을 통해 발생했는데, 강과 비옥한 흙이라는 토대 위에 형성된 것이다. 흙을 이해하고 다루기 시작하면서 문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땅의 역사도 농경사회가 정착하면서 시작됐고 우리 조상들이 흙을 소중히 다뤄서 물려줬기에 오늘날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우리 농업과 흙을 꾸준히 가꾸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대상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흙은 정직하다. 빛깔만 봐도 건강 상태를 알 수 있고, 가꾸고 보살펴준 만큼 되돌려 준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일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흙을 지키고 가꿔야 한다. 흙의 건강을 위해서 충분한 양분과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고 이를 토대로 유익한 미생물이 생활할 수 있도록 가꿔야 한다.
‘친환경 농업’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나라 쿠바는 과거 미국의 경제 봉쇄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러한 어려움을 유기농업으로 헤쳐 나갔다. 10여 년 만에 경제 봉쇄를 이겨내고 식량 자급이 가능하도록 하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관심 있게 볼 부분은 쿠바 농업의 가장 중요한 성공비결이 ‘흙 살리기’였다는 점이다. 지역마다 토양연구소를 둬 지역별 토양을 연구하고 이를 기초로 퇴비로 토양을 북돋워 토양의 침식 및 지력 회복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우리 정부도 농업 생산의 기반이자 국민의 삶의 터전인 흙을 유지하고 보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양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전국의 50만 필지에 대한 토양검정을 매년 실시한다. 또 유기질 비료와 토양개량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기준을 철저히 지키도록 함으로써 흙이 건강해지는 데 힘쓰고 있다. 아울러 화학 자재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농업도 내실 있게 다져 농업 활동으로 인한 환경 부담을 줄여나갈 것이다.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흙을 보호하고 후손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생산자·소비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자 3월 11일을 법정기념일인 ‘흙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로 3회인 흙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흙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보존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