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상장 1호 기업’. 최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의 별칭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에 필요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24는 이익 미실현 기업을 위한 상장 특례 제도인 ‘테슬라 상장 요건’을 실제 활용한 첫 기업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카페24는 지난달 8일 테슬라 상장 요건을 활용해 시장에 입성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은 무려 731.58대 1에 달했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이 테슬라 1호 기업인 만큼 기업 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면서 시장에 ‘싸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상장 1개월, 상승세 타고 사업 확장 = 실제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4만3000~5만7000원)의 최상단인 5만7000원으로 확정됐으나, 당시 장외시장 거래가와 비교할 때는 한참 밑돈 가격이다. 장외시장 커뮤니티 38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상장 직전 카페24는 장외시장에서 9만 원 후반대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을 기록하고 있었다.
상장 1개월이 된 현재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다. 카페24의 주가는 2일 종가 기준 9만400원으로 공모가(5만7000원)보다 58.6% 높은 수준이다. 상장 첫날 종가(8만4700원)와 비교해도 6.7% 높다. 주가는 상장 직후 하락했으나, 작년 영업이익이 74억 원, 매출액이 14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는 소식에 최근 반등했다.
카페24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의안 결의를 통해 △오투오(O2O) 서비스업 △전자지급 결제 대행업 △소액 해외 송금업 △결제대금 예치업 등 신규 분야 사업자들과 제휴를 맺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장 주관사들도 한숨 돌리게 됐다. 테슬라 요건을 통해 카페24를 상장시키면서 3개월의 풋백옵션(환매청구권) 이행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풋백옵션은 상장 이후 주가가 일정 기간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면 상장 주관사들이 일반투자자들로부터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주는 것을 말한다. 이익 미실현 기업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만, 최근에는 금융위원회가 적자기업들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풋백옵션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등, 테슬라 상장 요건을 다소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구주주 물량 출회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금융 및 전문투자자 물량은 10.8%로, 보호예수기간이 1개월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지분율 36.0%)의 경우 6개월 후인 8월 8일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테슬라 1호’ 성공에 적자기업 상장 탄력 =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카페24의 성공은 국내 IPO 시장에 호재로 관측된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테슬라 요건을 실제 활용한 기업의 첫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제2의 카페24 찾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소프트웨어 기업인 엔쓰리엔이 ‘테슬라 상장 2호 기업’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엔쓰리엔은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테슬라 요건을 활용한 증시 입성과 일반 상장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쓰리엔은 2일 오후 4시 40분 기준 38커뮤니케이션즈에서 17만7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2월 초(15만 원)보다 18.3%나 뛰었다.
한편으론 카페24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보수적으로 정해졌던 만큼, 상장 예비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업 가치가 생각보다 보수적으로 잡혀서 여기어때나 배달의민족 등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