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서울 주택시장에 침체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력한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진정될 기미가 안 보였으나 요즘 들어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먼저 전세 거래량이 줄었다는 거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 부동산 정보 광장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세 거래량은 2만 4173건으로 전년 같은 달 2만 7182건에 비해 11.1% 감소했다.
전세와 월세를 합친 전·월세 거래량은 더 빠졌다. 올 2월 4만 40건으로 전년 동월 4만 8387건에 비해 17.3%나 줄었다. 상대적으로 임대 가격이 높은 아파트 부문의 전·월세 거래량 감소 폭은 무려 18.8%에 달한다. 월세를 뺀 순수 아파트 전세 거래량을 보면 올해 1만 2309건으로 지난해 2월 1만 4087건보다 12.7% 떨어졌다.
대개 2월은 인사·개학 등에 따른 이사 성수기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월세 거래량 변동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전년 대비 감소 폭이 두 자리 숫자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다. 주택시장이 호황 국면일 때는 집값도 뛰고 이사 건수도 늘어난다.
그렇게 많던 전세 수요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계약이 끝난 수요자는 집을 옮기든지 아니면 살던 집에 그대로 거주하는 법이다. 기존 세입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아 자기 집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많아도 전·월세 수요는 줄어든다.
계약 만료 후에도 이사를 가지 않고 같은 집에서 계속 머무는 일이 많아졌다든가 서울 외 다른 지역에다 전·월세 집을 구한 사람이 늘어도 서울의 전·월세 거래량은 감소하게 된다. 이번 전·월세 거래량 감소는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한 사람이 급증했든가 아니면 비싼 전세가격 때문에 서울을 떠난 수요가 증가해서 생긴 현상인 듯싶다.
서울 근교에 위례 신도시를 비롯해 하남 미사·남양주 다산·화성 동탄· 시흥 배곧 신도시와 같은 대단위 입주 물량이 쏟아져 전·월세 주택이 넘쳐난다.
이런 판에 서울이 온전할 수가 없다.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전·월세 수요를 채워줄 수요가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곧바로 대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제때 이사를 못 가는 일도 생길지 모른다.
시장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전세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달 세 번째주(19일)에는 -0.02% 하락했다. 2013년 4월 15일 0.01% 하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거래량 감소 폭을 보면 전세가격 하락세는 지속되지 않겠나 싶다.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비싼 강남권은 위축세가 완연하다. 송파구는 아파트 전세가격이 3주째 떨어졌고 강남·서초구도 2주째 마이너스다. 서초구는 이번 조사에서 낙폭이 서울 평균치보다 10배나 높은 0.21%에 달한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상승률은 좀 둔화됐으나 오름 폭은 크게 빠지지 않았다. 올해 들어 0.3%대를 웃돌던 상승률이 2월 들어 0.3%→0.29%→0.22%로 좀 약화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그래서인지 매매시장도 건재하다. 지난해 10월 이후의 증가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2월 전체 주택 매매량은 전월 대비 14.3% 늘어난 1만 6473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는 1월 9553건에서 2월 1만 1121건으로 16.4% 불어났다.
물론 전세와 매매량 수치는 실제 거래 시점보다 최장 2개월 뒤에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 동향보다 늦은 행보를 보인다. 계약서 작성 시점부터 60일 내 관할 관청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 행정 절차 때문이다. 거래를 담당했던 중개업소는 곧바로 신고하는 일이 적다.
이를 감안할 때 지금의 매매량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거래분이 다 포함됐다는 얘기다.
아무튼 전·월세 거래량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주택시장에 냉기가 몰려올 것이라는 신호이다. 주택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곳곳에서 위축 징후가 드러나 주택시장의 예후는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