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자이’ 흥행의 영향으로 단지명에 ‘경희궁’을 붙여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단지들이 많다. 역세권, 숲세권, 수(水)세권에 이은, ‘궁(宮)세권’의 등장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단지명에 처음으로 ‘경희궁’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아파트는 2004년 입주한 쌍용건설의 ‘경희궁의 아침’이었다.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경희궁의 아침’ 2~4단지는 총 360가구 규모이며, 1단지의 경우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삼성물산이 ‘파크팰리스’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였다.
당시 분양가가 3.3㎡당 1100만 원대였던 ‘경희궁의 아침’은 최근엔 3.3㎡당 약 2700만 원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입주 초기만 해도 궁 이름을 붙인 단지가 이곳뿐인 데다, 그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상승이 부진하기도 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주 ‘경희궁의 아침’은 전용 124㎡가구 기준으로 한 주간 2500만 원가량이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이 같은 효과를 노리고 ‘경희궁’이라는 이름을 넣어 아파트를 도색한 단지도 등장했다. 교북동에 위치한 ‘동아 아파트’는 1개동 48가구 규모의 단지로 ‘경희궁 자이’와 바로 인접해 있다. 이곳은 돈의문 뉴타운 개발 당시 함께 ‘경희궁 자이’로 개발되려다 중도에 무산돼 기존 아파트 그대로 남은 단지이기도 하다.
‘경희궁 자이’가 입주한 지 약 6개월 정도가 경과한 지난해 중순경 동아 아파트는 외부 도색을 기존 ‘동아’에서 ‘경희궁 동아’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새로 칠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아직 이곳 아파트의 정식 명칭은 ‘동아 아파트’ 그대로이며 ‘경희궁 동아’로의 변경 신청 등이 들어온 바는 없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용 84㎡ 가구가 3억8000만 원에 거래된 이 단지는 ‘경희궁’ 이름이 아파트 외관에 도색된 이후인 지난해 12월엔 무려 2억 원에 육박하는 상승을 보이며 5억6500만 원에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꼭 도색 때문에만 가격이 올랐다고 할 순 없지만, 확실히 ‘경희궁’ 이름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분위기가 좋아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경희궁’이라는 이름을 다는 아파트는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공급이 예정돼 있다. 롯데건설은 2016년 12월 ‘경희궁 롯데캐슬’을 분양했다. 이곳은 이미 2013년 ‘덕수궁 롯데캐슬’ 분양으로 한 차례 궁 이름을 단지에 붙인 바 있는 롯데건설이 내놓은 또 하나의 ‘궁세권’ 단지다.
‘경희궁’의 이름이 붙은 단지들의 입지를 다진 GS건설의 ‘경희궁 자이’는 분양 초기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음에도 입주 시기에 가까워지며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경희궁 롯데캐슬’은 분양 당시에도 3.3㎡당 2200만 원대의 저렴한 분양가로 주목받은 바 있어 2019년 입주를 앞두고 ‘경희궁’ 이름에 걸맞은 높은 상승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