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신청부터 종결까지 약 45일 만에 완료되는 초단기 법정관리 사례가 나온다. 사전회생계획안(프리패키지플랜·P플랜)을 통한 사례 중에서도 영업일 기준으로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열린 미주제강의 사전회생계획안 심리·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가 담보권자 100%, 채권자 80% 이상의 동의율로 성사됐다. 관계인집회 당일 수원지법 파산부(전대규 부장판사)는 회생 인가 결정을 내렸다.
미주제강은 사전회생계획안을 준비하면서 변제자금도 이미 마련했다. 회생계획이 인가된 만큼 이달 중 변제를 완료하면 법원은 그 즉시 회생 종결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미주제강이 사전회생계획안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은 지난달 15일이다. 이달 28일 종결을 예상한다면 회생 신청부터 종결까지 45일, 영업일 기준 딱 한 달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셈이다.
이같은 빠른 회생절차 진행이 가능했던 것은 법원의 강력한 주도와 채권자들의 협조 덕분이었다. 채무자 회생·파산법 전문가인 전대규 판사는 사전회생계획안이 접수되기 전 주채권자인 유암코와 회사를 직접 만나 사전상담(면담)을 진행했다. 어떻게 회생 계획을 짤 것인지, 투자자 유치 여부 등을 회생 신청 전부터 재판부와 미리 조율하는 것이다. 일본 파산법원에서는 빠른 회생종결을 위해 관례로 수행하는 절차지만 국내에서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생 신청 전부터 재판부와 교감을 통해 사전회생계획안의 신뢰를 확보한 만큼 법정관리에 들어온 후 절차는 최대한 빨리 진행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실제 전 판사는 지난달 15일 미주제강이 회생 개시를 신청한 후 3일 만에 개시 결정을 내렸다. 미주제강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한 차례 회생 절차를 밟으며 이미 채권자 조사가 완료된 점 등도 빠른 진행에 도움이 됐다.
미주제강은 이전 회생절차에서 과도한 회생계획 설정으로 계속되는 디폴트를 감당하지 못하자 재차 채무 정리를 위해 이번 절차를 신청했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거치며 회사의 매출액은 500억~600억 원, 영업이익 20억 원 수준으로 규모를 축소해 내실을 다져놓은 상황이다. 회사의 영업 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초단기로 법정관리를 졸업해 계속 정상적인 운영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전 부장판사는 “회생인가를 받기 위해 무리한 계획을 제출했다가 다시 회생절차로 들어오는 기업 사례가 많다”며 “이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사전회생계획과 사전면담 절차 등을 통해 최대한 빠른 회생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