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범죄수익환수과 첫 과제 “대상 확대·피해자 환부 추진 입법 제안”

입력 2018-02-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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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금융거래 사기범 곽모 씨는 19억 여원의 범죄피해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숨겨뒀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이 중 9억 8000만 원을 지난해 몰수해 피해자 691명에게 돌려줬다. 국가가 해외 및 국내에서 환수한 범죄수익을 피해자에게 환부한 첫 번째 사례였다. 국내법상 국가는 범죄피해재산을 몰수·추징할 수 없지만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의 피해자 환부 절차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제 해외 절차를 활용하지 않고 국가가 범죄피해재산을 환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검찰 조직 개편 때 신설된 대검 범죄수익환수과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수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우선 입법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초대 범죄수익환수과 과장 김민형 (44·사법연수원 31기) 검사는 22일 "범죄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재산을 추징해야 하는데 입법이 부족해서 못하면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거 아니겠냐”며 국가가 범죄피해재산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법적 근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범죄로 발생한 수익은 범수법에 따라 국가가 몰수·추징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수익이 사기 등 피해자의 돈을 빼돌려 얻어낸 '범죄피해재산'일 경우 국가는 이를 환수할 수 없다. 범수법 제8조 제5호 3항은 범죄피해재산을 몰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10조 2항은 범죄피해재산의 추징을 금지하고 있다. 범죄피해재산은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기 때문에 국가가 환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피해자가 민사소송 등을 통해 가져가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범죄수익환수과는 피해자가 재산반환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 복구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가가 범죄피해금액을 환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법적 근거를 만들 계획이다. 김 과장은 "범수법상 범죄피해재산은 몰수·추징할 수 없다는 조항 밑에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환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는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범죄수익환수과는 범수법 적용을 받는 '중대범죄' 항목을 늘려 법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든 범죄가 범수법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2조 제1호에 적시된 중대범죄의 범죄수익만 국가가 환수할 수 있다. 중대범죄에는 공안을 해하는 죄, 공무원 직무에 관한 죄, 성 풍속에 관한 죄, 정치자금법·변호사법·관세법을 위반한 죄 등이 있다.

김 과장은 “중대범죄의 항목이 제한적인 탓에 예를 들어 공인회계사가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 범죄 수익을 추징 보전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에서 몰수나 추징을 선고할 수는 있으나 그 전에 추징 보전이 안 되기 때문에 선고이후 범죄수익을 몰수 추징하려 해도 묶어둔 재산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출범한 대검 범죄수익환수과는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 등 전국 각 청의 범죄수익환수 담당 검사들의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편 대검 범죄수익환수과와 함께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22일 현판식을 열었다. 이날 현판식에 참석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처분에 주력해왔는데 이와 병행해 범죄수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대물적인 처분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며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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