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강도 철강 통상 압박에 국내 철강업계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권고한 알루미늄·철강 수입 제한 방안 2안은 사실상 국내 철강기업에게 내리는 ‘사형선고’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한 알루미늄·철강 수입 제한 방안 2안은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 러시아 등 12개국에게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에 2안이 담긴 최종 선택지에 도장을 찍을 경우 국내 철강업체의 수출 경쟁력은 급격하게 저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안이 채택될 경우,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한 미국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넥스틸과 세아제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 넥스틸과 세아제강의 매출 중 미국 비중은 각각 80%와 25% 가량으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에 46%(예비판정)의 관세를 매겼다. 여기에 2안이 채택으로 53%의 관세가 더해지면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에는 약 100%의 관세가 매겨져 사실상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세아제강의 유정용 강관은 넥스틸보다 낮은 6.66%의 관세가 붙어있지만, 2안이 통과되면 최대 60% 수준의 관세가 붙게된다. 포스코는 미국 매출 비중은이 2~4%로 세아제강·넥스틸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이미 열연·냉연강판에 60.93%의 관세가 붙어 있는 만큼, 2안이 채택되면 약 114%의 관세폭탄을 맞게돼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각 철강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넥스틸은 트럼프 미 대통령 부임 이후 통상 압력이 심화되자 지난달 ‘울며 겨자먹기’식의 공장 이전을 결정했다. 올 상반기 국내 생산라인 2곳을 미국 휴스턴으로 이전키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3년 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약 4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제강도 미국에 연간 생산능력 15만 톤(조관·후공정 포함)의 설비를 갖춘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 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미 진출한 10여 개 국가의 수출출 비중을 늘리는 등 수출 국가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지역의 주정부와 수요업계를 대상으로 투자법인 소재를 조치 대상에서 제외해야하는 필요성과 지원요청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함께 미국 정부, 의회, 업계 등에 대한 접촉을 늘리고 철강 무역규제 확산 방지를 위해 다른 각국 정부와의 공조 강화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