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유난히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상장사가 중국에 진출한다고 발표만 해도 주가가 급등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국내 증시의 ‘중국 바라기’ 배경에는 중국 총생산량(GDP)이 11조9375억 달러(2017년 IMF 기준)로 세계 2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인구는 10억 명이 넘으니, 하나씩만 팔아도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가 있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곁들어진다.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큰 탓인지, 국내 시장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여전히 중국이 사드 한한령을 풀 것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중국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보이며,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한한령으로 면세점과 여행업을 시작으로 산업계 전반에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는 실제 통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그랬지만, 중국은 그 이상으로 철저한 보호무역과 자국기업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한한령 이후 잘나가던 실적이 고꾸라지며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아직까지 시장 안착을 못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중국몽(中國夢)’을 들고 나왔다. 이를 놓고도 정치계와 일부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일대일로와 결부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를 꿈꾸고 있다.
국내 증시가 거대한 중국시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하기 전에 중국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중국이 말하는 중국몽은 중화패권주의의 완곡한 표현으로, 과거 중국의 힘을 세상에 확인시켰던 ‘정화(鄭和)’의 꿈을 재현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몽(夢)’인 것이다. 일부 우리나라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꿈보다 해몽이 좋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사드로 촉발된 한한령이 해제가 된다 해도 엔터테인먼트 상장사와 게임 상장사들의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화장품 상장사들 역시 실제적인 피해가 없었던 만큼 한한령 해제 여부가 중국 매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중국 바라기’를 하며 중국 시장만 애타게 쳐다보고 있는 사이 중국은 오히려 자국 기업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태양광, 2차전지, 수소자동차, 부품시장 등 그 범위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기대감이 큰 수소차의 경우 중국이 자국 기업 보호정책으로 중국에 판매되는 현대차 수소전기차의 부품들은 중국 중소기업 부품을 사용토록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에서 중국 현지로 진출한 국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이라도 추진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정부와 투자자들, 기업들은 한번 손자병법의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화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수법)’을 읽어볼 때이다. 중국몽에 대한 중국과 우리의 동상이몽에서 깨어나 합리적인 대응에 나설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