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최 씨 등 국정농단 사건을 이끈 인물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재판장인 김세윤(51·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다.
이 재판부는 김 부장판사를 비롯해 배석판사, 실무관, 법정 경위까지 이달말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제외됐다. 궐석재판으로 장기화된 박근혜(66) 전 대통령 사건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 내내 온화한 성품과 친절한 말투로 당사자를 비롯해 방청객들의 호감을 샀다. 새로운 변수가 나오면 휴정하고 합의해서 재판부 의중을 전달하는 등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게 일관성있는 재판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리를 지연시키는 장애 요소가 있을 때는 단호했다. 김 부장판사는 방청객 소요가 예상되면 "누누이 말하지만 작은 소리도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 정숙하지 않으면 퇴정시키겠다"고 꾸짖었다. 또 사건 당사자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기존 주장을 번복한 경우 "지난 기일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거나 "유, 무죄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바로잡았다.
다만 피고인들에게는 최대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경청했다. 감정 기복이 큰 최 씨가 박근혜(66) 전 대통령이나 딸 정유라(22) 씨 이야기를 하면서 흥분할 때마다 "피고인 울지 말고 이야기해달라",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며 차분히 타일렀다. 선고 당일에도 최 씨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다른 피고인 먼저 양형이유를 설명할테니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라"고 배려했다.
이런 이유로 최 씨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최 씨에 대해 가혹할 정도로 중형이 선고됐다"면서도 "김세윤 부장이 긴긴 시간 고생한 건 인정한다. 변호인으로서는 재판부 설득에 실패한 점 자인한다"고 밝혔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변호인 홍용건 변호사 역시 결심공판에서 "절차에 있어서는 승복할 수 밖에 없도록 진행해주신 것에 재판장과 배석판사님들께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가 지난해 우수법관으로 선정한 명단에도 포함됐다. 서울회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던만큼 사건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적절한 소송지휘와 언행으로 재판에 임하는 모든 사람에게 깊은 신뢰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1999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대전지법 논산지원, 수원지법, 서울고법을 거쳐 2009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도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