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계속되는 한우등급 조작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사건마저도 늑장 대응에 나서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에는 한우등급을 판정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하 축평원)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한우등급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농식품부는 한우등급 상향 의혹을 사전에 인지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축평원에 대한 감사를 마치고 결과를 정리 중이다. 축평원 소명절차를 거쳐 이르면 3월, 늦으면 6월까지 최종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이전부터 인지했다는 건에 대한 결과를 반년 이후에 발표하는 것이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재발 방지나 품질을 담보하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번 설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안심할 수 없는 한우를 사야 하는 실정이다.
한우등급을 속이는 경우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0년부터 5년간 한우이력을 허위로 표시해 판매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3000건이 넘는다.
위반 내용의 대부분은 한우등급을 2∼3단계 상향 표시해 비싼 가격으로 팔다가 적발된 경우다. 하나로마트를 포함한 농협계통 매장과 유명 백화점, 대형마트도 한우등급을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최근 축평원에 대한 경영평가 지표에서 1+ 이상 한우등급 출현율 내용을 삭제했다. 축평원이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한우등급을 상향 조작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축평원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아직 감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며 통보 이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의 방관 속에 한우등급을 조작하는 경우가 계속되면서 품질과 신뢰성을 추락시키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한우를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우리의 한우 수출 물량은 2016년 46톤, 지난해 57톤에 불과하다. 일부 극소량을 제외하면 전량이 홍콩 수출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집계한 화우(和牛·와규) 수출은 2016년 기준 1909톤에 이른다. 같은 해 한우 수출의 40배가 넘는 규모다. 수출 물량은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 전 세계 14개국에 나갔다.
옆 나라 일본이 와규를 세계적인 고부가가치 브랜드로 키우는 동안, 우리는 ‘글로벌 명품 한우’라는 선언적인 구호만 외쳐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