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 만에 다시 열린 한중경제장관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 달라진 중국의 태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중국 정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일행을 입국부터 출국까지 극진히 대접하며 예우를 다했다.
김 부총리의 방중 내내 중국은 경호 인력을 붙였다. 김 부총리를 태운 차가 이동할 때는 베이징 시내도로 일부를 통제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 일행의 숙소로는 최고급 의전시설로 국빈급이 묵는 조어대를 제공했다. 과거 베이징 시내의 고급호텔을 제공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동향문화로 사람관계를 중시하는데 이번 회담에서 관계 개선이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시그널들을 많이 느꼈다”며 “공항에서 올 때부터 16명의 경호원이 붙어서 길을 막아버리고, 부총리가 조어대에 들어갈 때 직원들까지 나와서 배웅하는 등 이런 것들이 다 윗선에서 지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방중 내내 빡빡한 일정으로 국내에서보다 더 바쁜 광폭행보를 소화해야 했다. 경제장관회의 외에도 인민은행 총재와의 면담이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직원 특강, 창업특화 중관촌 현지방문 등으로 쉴 새 없이 이동했다.
1일에는 베이징에 위치한 발개위 청사에서 경제관료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특강을 펼쳤다. 외국인이 발개위 내부에 들어와 강연을 한 건 2012년 9월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이 한 이래 5년여 만이다.
이날 강연에는 발개위의 국·과장급 간부들과 산하기관 연구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하며 관심을 보였다. 강연 후에는 김 부총리와 강연 내용에 대해 호의적인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일에는 저우 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와 오찬을 들었다.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인민은행 내에서 개최된 오찬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인의 존경을 받으며 ‘미스터 런민비(인민의 돈·위안화)’라는 애칭을 가진 저우 총재의 요청으로 이뤄진 자리다. 김 부총리와 저우 총재는 양국과 글로벌 경제현안 전반에 걸쳐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중국의 거래소 폐쇄 등 가상화폐 대응책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전언이다.
김 부총리는 “(저우 총재로부터) 중국이 지금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주로 청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