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같은 지출 구조를 한국이 지속한다면 어떤 상황을 맞을까? 저자의 주장은 명쾌하다. “숨을 돌릴 수 있을 때 관리해야지 그냥 방치하면 한국 같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경제체제는 재정 적자를 버텨낼 수 없다.” 적자를 버텨낼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저자는 “혁명적 인식 전환과 구조개혁으로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외환위기 때처럼 빚쟁이의 독촉과 협박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한다.
일본 사회에는 주목해야 할 특별한 현상이 있다. 도쿄 등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노년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2010년 이후 뚜렷하게 나타난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도쿄로 이사하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노인이다. 일부 지역은 전입 초과 절대다수가 65세 인구로 조사됐다. 중요한 이유는 질병 치료 때문이다. 일본 노인에게 익숙한 노인 주거 전용주택인 ‘서비스 부가 고령자 주택’이 도쿄권에 집중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저자는 서울 강남 3구 및 은평, 마포구의 노년 인구 전출·입 증가 추세를 분석했다. 서초구는 주거비 부담이 무척 크지만 초과 전입자가 뚜렷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노년 인구 전입 이유와 다르지 않다. “잘 정비된 의료와 간병 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 욕구가 이유인데, 실제로 80세 이상의 사회 전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서울이 ‘고령공화국’이 될 것으로 예측함과 아울러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체류 자격을 갖춘 이들은 한정된 자원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중년 혹은 노년 기성세대 중 일부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설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분명한 것은 노년 인구가 증가할수록 서울을 향한 집중이 더욱 심화함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흥미로운 사례 한 가지가 소개돼 있다. 스페인에는 ‘야요 플라우타’라는 독특한 집회가 있는데, 매주 월요일 노년 인구가 벌이는 거리 집회다. 이들은 정치권을 향해 청년들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모인다. 청년 실업 문제를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제로 바라보는 깬 노인들의 집회다.
사실 한국은 긴 시각을 갖고 정책을 집행해 나갈 여력이나 의지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누가 맡더라도 당장 인기를 끌 만한 정책에 집중하면서 세월을 흘려보낸 지가 제법 됐다. 인구문제는 한 사회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 모든 것이 악화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이 직면한 세 가지 과제인 저성장, 재정난, 인구병 가운데 인구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한다. 우리 역사에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짧은 시절을 제외하곤 뭘 제대로 준비한 적이 많지 않다. 뻔히 보이는 문제가 인구인데,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엄밀한 통계 분석에 기초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