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 비트코인은 ‘등자(鐙子)’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018-02-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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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세간에 화제다. 당대의 논객들이 이를 화두 삼아 지면과 화면을 채우고 있다. 사회에 주는 영향의 선악(善惡)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신기술은 이윽고 다른 기술에 제압당하기도 하지만 우리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나아가 세계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등자(鐙子)라는 도구가 있다. 말 안장에 매달아 발을 걸어 말에 쉽게 올라타고 또 말에 올라 발을 끼워 몸의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고안된 간단한 도구다. 양발로 이것을 움직여 말의 배를 압박하거나 차서 달리는 속도를 통제할 수도 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 이 등자로 인해 전쟁의 양상이 바뀐다. 새로운 전쟁은 새로운 시대, 중세시대를 만들었다. 등자가 역사를 바꿔 버린 것이다.

 과거 역사상 전투 병력에는 보병(步兵)과 기병(騎兵)이 있었다. 기병은 약 기원전 6세기부터 전투에 활용되었지만 오랫동안 적의 정찰이나 패잔병 추격 등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다. 전투에 참가해서도 먼 거리에서 창을 던지는 정도였다. 주력은 보병이었다.

 유럽에서 등자는 732년 푸아티에 전투 때 등장했다. 에스파냐를 점령한 이슬람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당시의 프랑크 땅으로 진격했다. 프랑크 왕국의 궁재(宮宰)인 샤를 마르텔은 이 전투에서 기병을 활용해 이슬람군을 물리쳤다. 마르텔의 기병은 등자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는 이슬람을 격퇴함으로써 유럽을 구하고 기독교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고 자연스럽게 왕국의 실권을 장악한다.

 기병을 유지하고 양성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말을 사육하고 갑옷과 투구를 마련하고 훈련을 계속해야 하고…. 샤를은 교회의 재산을 몰수해 기병전사(騎士)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그들과 신분적 계약을 체결하였다. 왕은 기사에게 봉토(封土)를 하고 기사는 영지가 생겼다. 봉건제의 시대인 중세는 이렇게 등자가 만들어낸 것이다.

 등자는 영국의 역사도 바꾸었다. 노르망디 공국을 경영하던 바이킹의 후손 윌리엄은 잉글랜드 왕위를 주장하며 바다를 건넌다. 그리하여 1066년 영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헤이스팅스 전투가 벌어졌다. 당시 영국군은 병력의 우세와 고지대라는 유리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등자를 장착한 노르망디 기사들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윌리엄은 잉글랜드 왕으로 즉위하고 영국은 봉건사회로 급속히 재편되었다.

 등자를 장착한 기병의 위력은 십자군 전쟁에서도 확인되었다. 십자군은 1099년 이집트의 이슬람이 점령하고 있던 예루살렘을 회복했다. 그 과정에서 두 번에 걸친 이집트 군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십자군은 소수의 기병을 주축으로 한 반면, 이집트 군은 다수의 보병으로 구성돼 있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거둔 1차 십자군 원정의 성공은 신의 가호 덕분이 아니라 등자 덕분이었다.

 기술이 사회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가 있다. 기술결정론이다. 기술 발전이 경제는 물론 사회구조와 인식구조를 바꾸어 버린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무인자동차,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기술들이 있다.

 그럼 비트코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새로운 화폐로 정착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블록체인은 과연 은행을 대신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신기술들이 우리 생활을 변하게 할 것이라는 것,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나아가 인식체계까지도 바꾸어 버릴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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