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를 받는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1일 다시 검찰에 출석했다. 전날 세 차례 통보 끝에 조사실로 향한 이 회장은 오후 8시께 피로를 호소해 검찰이 조사를 중단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9시54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분양가 폭리로 수조 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 인정하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가 법을 지켰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1000억 원대 횡령금을 회사에 반환 안 한 사실 인정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어제 조사에서 혐의를 어떻게 소명했느냐”라고 묻자 “나중에 끝나고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한 뒤 입장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조세포탈과 횡령, 회사자금 유용 등 각종 혐의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세청은 2016년 4월 수십억 원대 법인세 탈루 혐의로 이 회장과 부영주택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도 2013~2015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친족이 운영하는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하고 주주현황을 허위 기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부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계열사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100억 원대 '통행세'를 챙기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더불어 이 회장은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를 부풀려 2조 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임대주택법에 따르면 임대주택 분양가는 실건축비가 기준이지만 부영은 이보다 훨씬 높은 표준건축비를 적용해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04년 27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이 부영 주식 240만 주와 188억 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회사에 돌려줘 회사가 입은 피해가 변제됐다고 판단해 이를 양형에 참작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주식과 채권을 넘기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9일 부영그룹 계열사와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