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55만 명에 달하는 알뜰폰 4위 사업자 이지모바일이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30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지모바일은 현재 온라인을 통한 가입을 포함한 일체의 고객상담 서비스가 중단됐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주로 온라인으로 가입과 상담이 이루어지는 알뜰폰 사업 특성상 사실상 사업이 일시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달에는 경영 악화에 시달리다 우체국 알뜰폰 사업에서 자진 철수하기도 했다.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 1위 사업자로 2016년 우정사업본부와 재계약을 맺은 뒤 1년여 만이다.
이지모바일은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재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인원수급 문제 때문에 고객 상담업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팩스와 방문업무만 운영 중이라고 알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무리한 투자와 정부의 지원 미비가 맞물려 초래된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투자 탓에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지모바일 운영진과 직원들이 대다수 회사를 그만뒀다”며 “고객 상담 직원들도 거의 남지 않아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지모바일은 2016년 건설 자재업체에 인수된 이후 경영권 갈등을 겪으며 자금난에 시달렸다. 2016년 자본잠식률이 58%에 달했다. 수익성이 낮은 우체국 알뜰폰 사업도 발목을 잡았다. 우체국 판매량은 많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반면 개통비와 관리수수료가 일시에 빠져나가는 구조다. 그 결과 이지모바일은 앞서 지난해 10월 홈페이지와 고객상담 업무가 마비되면서 사업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고객상담을 시간제로 나눠 특정 시간에 특정 상담만 받으면서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연말 업계 1위인 CJ헬로의 알뜰폰협회 탈퇴에 이어 이번 이지모바일 사태까지 덮치면서 알뜰폰 산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기존 이통사와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 최근 결정된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도 기대치를 밑돌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여기에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0원요금제’, ‘반값요금제’ 등을 출시하면서 출혈경쟁을 벌여 부실을 자초했다. 알뜰폰 업계는 출범 이후 영업손실을 지속해 왔으며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3264억 원에 달한다. 고객이탈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옮긴 고객은 63만8435명으로 2016년(52만7794명)보다 2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월별 이탈자가 유입 고객을 추월하며 번호이동 순감이 나타났고, 6~12월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8444명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