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상승세 외곽 확산 이유?

입력 2018-01-30 06:00 수정 2018-01-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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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지역에 투자자 몰린 것은 투기세력 개입 의심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정부가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을 규제하자 서울 강북권 재개발 지역이나 분당·판교 일대 등 특정지역 부동산 값이 들썩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온다는 논리 말이다. 강남을 압박하니 투자자들이 돈이 될 만한 다른 지역을 골라 몰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순수한 개인 투자자일까. 부동산에 대한 식견이 얼마나 풍부하기에 이렇게도 돈 되는 곳을 족집게처럼 잘 골라낼 수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관련 지역 부동산시장 상황을 볼 때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무슨 이유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들 수 있느냐는 소리다.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투자가치가 높을 것 같은 대상을 잘 물색하는 일반 개인 투자가들이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수많은 투자자를 몰고 다닌다는 뜻이다.

개인 투자자 배짱으로는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막무가내식으로 투자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다.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많은 수요자가 별 이슈도 없는 특정지역 부동산을 사들인다는 게 좀 이상해 보인다. 집값이 높게 뛰는 것도 그만큼 관련 매물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 양천구 신정지구 재개발 예정지역이나 한남·노량진 뉴타운 지역 등의 낡은 다세대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몰려들면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양천 신정 4지구 다세대주택 땅 지분가격이 3.3㎡당 3000만 원에서 3500만 원으로 올랐고 한남 뉴타운 지역도 3.3㎡당 8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재개발사업 등이 주택 가격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인데도 요 며칠 사이에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분당·과천지역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격이 뛰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구매 수요가 생겨났다는 말이다. 분당은 리모델링 분위기가. 과천은 주변에 대규모 지식산업센터 조성 사업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게 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소리다.

어찌 됐던 조용하던 곳에 갑자기 투자자들이 들이닥쳐 서로 집을 구입하려고 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따진다면 투자할 대상이 어디 한두 곳인가. 그런데도 무슨 연유로 특정지역에 느닷없는 투자 열풍이 일고 있는지 좀체 이해가 안 간다.

투자가치가 높은 곳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혜안이 있는 고수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으나 한 지역에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수없는 투자자가 덤벼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투기세력이 개입된 듯싶다.

과거에도 이런 세력의 개입으로 전국을 투기판으로 만든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3년 전만 해도 투기세력들은 지방의 주요 도시 신규 아파트 분양권 매집을 통해 큰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는 리더가 주변의 개인 투자자를 모집해 특정 지역을 공략하는 수법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리다. 한 곳의 매물이나 분양권 등을 대거 사들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잔뜩 올려놓은 뒤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에게 던지고 빠지는 전략이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시장에도 이런 세력들이 개입돼 집값을 잔뜩 높여 놓았다. 이들은 보금자리주택 당첨 가능성이 큰 서민들을 찾아내 500만~1000만 원 정도의 돈을 주고 통장을 만들게 한 후 이 통장으로 강남 세곡·내곡 지구를 비롯해 위례 신도시 등과 같은 인기지역의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분양받아 비싼 값에 분양권을 팔아치웠다. 당시 이런 투기 집단이 수십 곳에 이르고 일부 집단은 수 백 개의 보금자리 청약용 통장을 활용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아파트 일반 분양 분에 대해 청약 가점제 물량을 대폭 늘려 투기꾼 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예전에 그랬듯이 당첨이 돼도 입주가 불가능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청약통장 만들기 장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인사 등이 개입된 ‘강남 아줌마 투자단’이 전국을 휩쓸고 다녔다. 신문이나 TV 출연을 통해 명성을 얻은 부동산 컨설팅업자는 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수많은 투자 팬을 만들어 이들을 끌고 주요 지역을 공략했다. 당시 강남 3구에다 목동·분당·평촌·수지 등을 지칭하는 소위 ‘버블 세븐’이라는 얘기도 이들 투기세력으로 인해 생겼다. 강남권 아파트를 집중 매집해 가격을 잔뜩 올려놓은 뒤 목동·분당 등을 차례로 돌면서 같은 수법으로 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강남 아파트값을 한껏 부풀려놓은 뒤 가격 차이가 심하게 벌어진 다른 인기지역을 순차적으로 투기 대상으로 삼았다. 강남과 집값이 오르면 이를 따라잡으려는 관련 지역 투자심리를 이용했다. 특정지역 매물을 선점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수법으로 부동산 투기 바람을 일으키고 다녔다.

그렇다면 요즘의 강남권 외 지역 주택 가격 급등은 자연적인 현상일까.

강남권이야 워낙 수요가 많아 그렇다 쳐도 분당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급등세는 선뜻 이해가 안 간다.

3.3㎡당 3000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이 수만 명에 이른다는 과천의 신규 아파트 인기도는 새 집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하지만 리모델링 분위기로 인해 가격이 급등한다든가 사업 추진일정이 불확실하고 게다가 조합원 추가 분담금 등의 변수가 도사려 있는 재개발 지역의 경우 무슨 연유가 있지 않고는 집값이 급격히 뛸 처지가 아니다.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세는 강남권 규제로 인해 좋은 먹잇감이 없어지자 새로운 돈벌이 대상을 찾고 있는 투기 세력 개입 탓인지 모른다.

이런 투기세력들이 존재하는 한 정부의 처방전은 백약이 무효가 될 게 뻔하다. 투기행위 차단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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