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럴수록 ‘천진난만한 기대’보다는 ‘신중한 관망의 자세’가 필요한 법이다.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코스닥지수 역시 900 터치 이후 며칠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코스닥에 대한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90%에 달하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기관, 외국인 투자자와 함께 고르게 분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는 기관투자자 유인책으로 통합 벤치마크 지수(KRX 300) 개발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이 역시 실효성 여부는 지켜봐야 할 일이며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여주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이번에 야심 차게 내놓은 ‘KRX 300’ 정착을 위한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자료에 ‘연기금에 KRX 300을 벤치마크 지수로 권고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고, 관련 선물·옵션 개발 등 적극적인 지원책 시점도 특정되지 않아 지수 정착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 150지수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특히 통합지수를 활용한 다양한 코스닥 ETF, 지수선물, 옵션상장 등의 상품 개발이 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국내 증권사, 운용사들이 KRX 300과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 상품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코스닥시장이 기술주 중심 시장이라는 편견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잠재력 있는 종목들이 골고루 분포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으로 볼 때,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를 비롯한 바이오 중심의 편중 현상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가총액 42조 원 규모인 셀트리온이 빠질 경우 코스닥 지수는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에 대비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건실한 기업들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의 코스닥에 대한 관심도 현재보다 한층 더 요구된다. 오랜 기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보고서 대부분은 코스피 종목들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면서 코스닥 종목들은 소외됐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코스피 관련 보고서 수는 1만3000여 건을 넘었지만, 코스닥 종목 보고서는 3분의 1 수준인 5000건이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나오는 코스닥 종목 리포트 역시 일부 대형 바이오 종목에 집중되어 있었다.
코스닥시장의 역사는 20년으로, 한국의 자본시장 역사 60년에 비하면 매우 짧은 게 사실이다. 이 기간 정부는 코스닥시장을 코스피시장 못지않게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수차례 내놨지만, 별다른 실효를 얻지 못했다. 화려한 외형보다는, 꽉 짜인 철골처럼 기본 구조가 탄탄한 내실 위주의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