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사회책임투자(ESG) 확대를 유도하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보폭을 맞춘 펀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수익률 면에서도 사회책임투자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시장 평균보다 우수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올해 펀드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사회책임투자란 기업이 재무적 관점보다 △사회책임(Social) △환경(Ecosystem)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관점을 고려하는 투자를 말한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편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최근 관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사회책임투자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하이자산운용이 ‘하이FOCUS ESG Leaders150’을 출시한 데 이어 2월에는 삼성자산운용이 1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개의 사회책임투자 ETF을 각각 상장한다. 여기에 KB자산운용도 1분기 내 ESG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1개(한화자산운용 아리랑ESG우수기업 ETF)뿐이었던 사회책임투자 ETF가 총 6개로 늘어나는 것이다.
높은 수익률도 기대되고 있다. 우선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비중을 30%까지 늘리게 되면 그 규모가 150조 원으로 커지는 등, 올해부터는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IT, 소비재 등 다양한 섹터 종목을 담고 있는 데다, ESG투자의 특성을 고려하면 펀드의 장기 수익률은 양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책임투자를 ‘불가피한 지출’로 인식하는 통념과 달리 사회책임투자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수익률도 높다는 것이 수치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발표한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S)’를 보면 지난 6년간 소급수익률이 70.19%에 달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8.92%)과 코스닥지수 상승률(57.22%)을 모두 크게 웃돌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국내시장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펀드의 26.3%가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둔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아시아는 ESG의 수준이 아직 낮다”면서 “유럽과 북미에서만 관심이 높았던 ‘착한 투자’가 아시아권과 신흥국 공적 펀드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