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액면분할을 실시한 상장사들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부양을 노리고 액면분할을 결정했다면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액면분할을 실시한 상장사 34곳 중 28곳의 주가가 분할 후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상장폐지된 보루네오를 제외하고, 액면분할을 선택한 기업 84.8%의 주가가 내린 것이다.
액면분할은 주권 1주당 가격을 일정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증가시키고 액면가를 낮추는 방법이다. 통상 액면분할은 투자자들의 활발한 거래를 불러일으키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막상 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대웅(67.20%), 코오롱머티리얼(46.40%), 디에스티로봇(45.51%), 한미반도체(43.96%) 등 9곳에 불과했다.
액면분할을 실시한 상장사들은 ‘반짝 상승’ 효과를 누린 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액면분할 후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상장사는 이에스브이(-62.56%)였다. 이에스브이는 유통 주식 수 확대를 통한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100원으로 나누고 지난해 5월 10일 거래를 재개했다. 주가는 거래 재개 첫날 13.04% 뛰었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현재 1000원대로 주저앉았다.
나노스(-47.02%) 역시 12월 19일 거래 정지가 풀리자마자 상한가를 기록, 액면분할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듯 보였지만 곧 약세로 돌아섰다. 리드(-35.30%)와 아리온(-5.33%)도 마찬가지였다. 이에스브이 다음으로 많이 내린 THE E&M(-43.16%)은 반짝 상승조차 없이 거래 재개 첫날부터 하락했다.
주당 가액을 2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한 서울식품은 매매 거래가 재개된 10월 25일 액면분할 기준가 279원 대비 26.62% 급등했다. 주식 수는 1349만6400주에서 3억3741만 주로 대폭 늘고, 거래량도 폭증했다. 주가는 다음 날도 22.10% 상승해 동전주를 자처해 가며 액면분할을 택한 성과를 거둔 듯했다. 하지만 12일 256원에 마감하면서 석 달도 넘기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서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액면분할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조언한다. 주가 흐름이 저조할 때 액면분할을 ‘이용’하려들면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같은 고가의 ‘황제주’가 아닌 일반적인 종목은 액면분할로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면서 “주가 상승을 바란다면 실적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