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가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노선에서 확대되면서 항공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속철이 아시아와 유럽 전반에 걸쳐 가격과 여행시간은 물론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항공여행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철이 부상할수록 항공산업도 같이 발전하는 등 두 산업이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윈-윈(Win-Win)’ 게임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불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여행시간이 서로 다른 교통수단의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고속철과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철도 노선이 1000km 이상으로 확장되기 전까지 경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중국 일본과 서유럽에서 빠르고 저렴한 고속철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지만 항공산업이 위축되지는 않고 있다며 오히려 이런 주장이 선입견에 불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고속철 등장은 새로운 여행 수요를 촉진했다. 또 저가항공사의 성장으로 항공요금도 많이 낮아져 철도와 항공산업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 최장 고속철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ㆍ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최신 고속철도인 푸싱(復興·부흥)은 시속 350km의 속도로 1247km 거리를 4시간 28분에 주파한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이용객은 현재 연간 약 1억 명에 이르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에서 최고 속도 시속 430km인 세계 최초 상업용 자기부상열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시속 600km의 충격적인 속도의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위장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의 항공기와 초고속 열차는 전반적으로 요금과 서비스 등급이 비슷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며 “고속철이 항공산업에 충격을 주기는 했지만 항공여객의 현저한 감소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고속철인 신칸센도 도쿄-오사카 노선을 2시간 반 만에 주파하며 항상 이용객들로 꽉차 있다. 그럼에도 같은 노선을 오가는 항공편도 매시간마다 있을 정도로 항공업체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럽에서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등을 잇는 고속철인 유로스타는 지난해 1000만 명의 이용객으로 4년 연속 주요 교통수단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두 산업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철도는 일반적으로 도시 중심지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저가항공사는 지방 소규모 공항을 이용해 승객들의 서로 다른 수요를 채워준다.
대형 항공사들은 단거리 노선을 저가항공사들에 내주는 대신에 장거리 노선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