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이사회에 노조 측 인사를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금융공기업)와 근로자추천이사제(민간은행) 도입 여부다. 근로자가 직접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이 노동이사제라면,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근로자(노조)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석하는 제도다. 직접참여냐, 간접참여냐의 문제만 있을 뿐, 노조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은행권 사측은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노조가 직원복지 외에 경영까지 개입하는 것은 월권 행위”, “이사회에서 사사건건 발목 잡아 의사결정 지연”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 이사회 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왜 나오게 됐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사내 경영진과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진에 쓴소리를 내고, 다른 시각에서 조언을 해줘야 할 사외이사들이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들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보면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해 반대표결을 행사한 경우는 없다시피하다. 한 표라도 반대 표결이 나오면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다’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다. 이런 사외이사제 무용론은 1997년 도입 이래 20여 년간 반복돼 온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주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정윤회 씨 동생이 임원으로 재직했던 회사에 거액의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 관련 검사에 들어갔다. 노조 측 사외이사가 존재했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의사결정들이 조금이라도 견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노치(勞治)가 아닌, 견제받지 않는 이사회가 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