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정의헌 사장 ‘사임’…에너지 공기업 사장 줄사표

입력 2018-01-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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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물갈이는 없다” 했지만 잇단 하차…한전·발전자회사 4곳 수장 모두 공석

정의헌 한전KPS 사장이 임기를 2년가량 남겨 두고 전격 사표를 제출했다.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의 사퇴가 이어지면서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제외하고는 전원 물갈이가 이뤄지게 됐다.

3일 한전KPS 등에 따르면 정 사장은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KPS는 발전소 설비 정비, 개보수 공사 등을 하는 공기업이다.

정 사장은 한전KPS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월 사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0년 1월까지였다.

정 사장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5년 한전KPS에 입사해 기획처장, 재무처장, 감사실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한 내부 출신이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한전 발전자회사 사장들에 이어 지난달에는 조환익 한전 사장까지 퇴임하는 등 발전 공기업 수장들이 임기를 남긴 채 물러난 점이 정 사장의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은 줄줄이 물러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사장,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 정창길 한국중부발전 사장 등 한전 발전자회사 4곳 사장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취임 후 공공기관장과의 간담회를 열고 국정 철학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같이 갈 수 있는 분들은 같이 갈 것”이라고 말한 직후였다. 문재인 정부와 국정철학이 맞지 않는 공공기관장의 교체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무려 5년간 한전을 지키며 ‘최장수 CEO’로 기록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임기를 3개월 남겨 두고 사직서를 냈다.

상당수 공공기관은 사장 공모 절차가 막바지 단계로, 여권 내 정치인, 대선캠프 인사, 산업부 퇴직 간부 등 이름이 거론된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공기업 사장들이 줄줄이 그만두는 물갈이 인사가 진행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임기를 남겨 두고 하차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기관장 교체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한수원이 노후 원전 중단과 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마련 등 많은 난제를 떠안게 되면서 에너지 공기업 중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는 관측이 있다.

더욱이 문제는 발전사 등 공기업의 인선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부 승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임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착잡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공기업의 한 임원은 “사장이 장기간 공석인 상황에서 대행 체제로 버티고 있지만, 조직 기강이 해이해지고, 중요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되고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부 측은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서류와 면접 심사를 대부분 다 마치고 3∼5배수 내로 추려졌다”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된 곳도 있다. 1월 말 정도 되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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