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시스템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저성장·양극화의 고착화, 저출산·고령화, 시장만능주의 한계 등으로 경고음이 끊어지지 않자 위기의 한국호가 항로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연단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20년 상처를 극복하고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정작 위기 극복의 주역인 국민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가경쟁력 순위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6년 26위로 내려앉았다.
157개국의 행복도를 조사해 발표한 2016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8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만으로 한정할 경우 행복도 지수는 최하위권이다.
연간 노동시간은 OECD 최고 수준이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최근 5년간 상승이 가파르다. 사회적 양극화도 심각해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0%가 소득 하위 10%의 72배에 달하는 소득을 거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내총생산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그 과실은 골고루 돌아가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짧은 시간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경제 성장과 사회 통합을 결합해 지속적 발전 기반을 만드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진단했다.
새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는 저성장과 양극화 등이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의 투자도 활발히 일어나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의 ‘선(善)순환’을 이루는 ‘분수효과’가 가능하다는 게 소득주도성장이 강조하는 점이다.
또 경제 체질을 ‘공정 경제’로 바꿔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골고루 확산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재벌 개혁에 있어서는 지배구조의 투명성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G2(중국·미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심하다는 판단 하에 통상정책 패러다임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근본 문제를 수술하지 않고는 어떤 처방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백웅기 상명대 총장은 “그동안 나온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을 내놨지만,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고착화된 일자리 미스매치 요인이 크다”면서 “결국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유도해야 하는데 정부가 규제를 과감히 푸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백 총장은 아울러 “현 정부 들어 규제 혁신을 위한 입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고용의 질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엘리 기자 ellee@, 이정필 기자 ro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