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KTB투자증권은 이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권 회장이 보유한 주식 1324만4956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보유 지분(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을 14.00%에서 32.76%로 늘리면서 1대 주주로 등극했다. 18.76%를 매도한 권 회장의 지분은 24.28%에서 5.52%로 감소했다.
권 회장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지난달 19일 이 회장에게 자신의 보유주식에 대한 제3자 매각 의사 및 이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매도참여권 행사 여부를 청약 통지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이사회 다음날인 같은달 29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지분을 확보했다.
경영권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 회장은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은행(IB)부문을 강화하고자, 2016년 7월 하나금융지주 부동산그룹장을 지낸 이 부회장을 영입했다. 당시 업계는 이를 권 부회장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지만, 김 전 회장의 합류는 결국 무산됐다. 이후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이 인사문제 등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는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자신의 보유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갈등은 본격화됐다. 특히, 그는 권 회장이 ‘갑질 논란’에 휩싸이는 등 금융회사 최대주주로서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지난해 8월에도 지분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 이 부회장 측이 권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설도 이때쯤 나왔다.
경영권 분쟁은 검찰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KTB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극에 달했다. 위기감을 느낀 권 회장은 12월 4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사회는 ‘단순 경영현황 점검’으로 끝났지만, 사실은 권 회장이 이 부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마련한 자리였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었다.
권 회장은 지난달에만 총 10차례에 걸쳐 자사주 287만 주를 사들이며 경영권 강화에 힘을 쏟았다. 지분율을 26.72%까지 끌어올려 이 부회장과 격차를 두 배 가까이 벌렸지만, 갑작스럽게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KTB투자증권은 권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은 자세한 배경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권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은)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이 부회장은 권 회장 지분을 인수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KTB투자증권의 경영권을 손에 넣으면서, 일각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이 KTB투자증권을 통해 금융투자업계에 컴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김 전 회장은 10여 년에 걸친 인연을 맺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하나금융 회장으로 있던 2010년 이 부회장이 대표로 있던 다올부동산신탁을 인수한 바 있다. 이후 이 부회장은 하나금융에 그룹장으로 영입되어 부동산 사업을 진행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승리로 김 전 회장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