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가 올해 판매목표를 755만 대 수준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목표치였던 825만 대 보다 약 70만 대가 줄어든 규모다. 과도한 판매목표를 시작으로 불거진 '초과생산→재고 부담→할인 판매→수익성 하락'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2일 공시를 통해 올해 판매목표가 내수 70만1000대, 해외 397만4000대 등 총 467만5000대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내수 52만 대, 해외 235만5000대 등 287만5000대를 판매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판매목표를 합하면 총 755만 대다.
지난해 현대차 충칭 공장이 본격가동됐고, 기아차 역시 멕시코 공장 생산을 본격화한 가운데 판매목표를 낮춰잡았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고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내년 판매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2017년 판매 목표치는 애초 825만 대였다. 반면 누적판매는 11월 기준 659만 대에 그쳤다. 12월 판매가 평년 실적을 소폭 웃돈다고 가정해도 2017년 연간 판매 대수는 730만 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목표치보다 무려 100만 대나 모자란 수치다.
때문에 올해 목표치는 보수적으로 잡았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치보다 현실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각 권역별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부진을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달 초 해외법인장 회의 직후 "2018년 판매목표를 낮춰 잡을 것"이라는 보수적 전망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판매 목표를 낮춰 잡았다.
이같은 보수적 전망의 배경에는 중국시장의 더딘 회복, 북미 신차효과의 불확실성 등이 서려있다. 이밖에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내년 판매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밖에 올해부터 권역별로 시장 동향, 판매 상황에 따라 목표를 유연하게 조절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권역별로 시장 상황, 수익성, 브랜드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목표를 설정하고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판매목표와 생산량을 낮춘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무리한 판매목표 설정이 과도한 재고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이를 팔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이(e)메일 신년사를 통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미래기술 혁신 가속과 경쟁심화로 자동차산업도 급변하고 있다"며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