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검찰총장의 발언이 적폐를 덮어둔 채 흐지부지하거나 어영부영 끝내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오해는 불식되었지만 한때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일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지 않고 대충 넘어가거나 크게 시작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끝낼 때 ‘흐지부지’했다는 표현을 한다. 순우리말 같지만 사실은 ‘휘지비지(諱之秘之)’가 변한 말이다. ‘휘(諱)’는 ‘꺼릴 휘’, ‘비(秘)’는 ‘숨길 휘’라고 훈독하며 ‘之’는 흔히 ‘갈(go) 지’라고 훈독하는 글자이지만 여기서는 앞의 글자인 ‘諱’나 ‘秘’가 동사 역할을 하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휘지비지(諱之秘之)’는 ‘꺼리고 또 숨긴다’는 뜻이다. 즉 사람들의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 것을 꺼려서 드러나지 않도록 숨긴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의 ‘휘지비지’가 발음이 와전되어 ‘흐지부지’가 되었다.
어영부영이란 말은 조선시대 군영(軍營)인 어영청(御營廳)에서 나온 말이다. 어영청은 원래 기강이 엄격한 정예부대였는데 조선 말기가 되면서 군기가 해이할 대로 해이해져서 형편없는 군대가 되고 말았다. 이런 군대를 본 사람들은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다”라는 뜻에서 ‘아닐 비(非)’자를 써서 “어영비영(御營非營)”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 이 발음이 와전되어 ‘어영부영’이 된 것이다.
흐지부지하거나 어영부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큰 화재가 있었다. 원인 조사를 흐지부지해서도 안 되고 규명된 원인에 대한 처리를 어영부영해서도 안 된다. 시비를 분명히 가려 끝까지 마무리를 잘해야 비극이 재발하지 않는다.
연말이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청산해야 할 일을 흐지부지 어영부영 넘기지 않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