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3.2%와 3.0%로 전망했다. 이 같은 목표치로 순항한다면 2014년(3.3%) 이후 2년 연속 2%대 저성장에 그쳤던 우리 경제가 다시 ‘3%대 중속 성장 경제’로 복귀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절대 녹록하지 않다.
가계부채와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조금씩 약해지는 경기 회복세 등 대내외 변수를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 없인 ‘3%대 성장’이 장밋빛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가 2년 연속 3%대 성장을 기대하는 요인은 수출과 소비다. 수출은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힘입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개선이 예상된다고 했다. 정부는 가계소득을 높이는 정책들이 내년에 본격화하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4%에서 내년에는 2.8%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대내외 환경을 둘러볼 때 목표 달성이 쉬운 건 아니다. 내년 민간소비는 소득주도 성장정책 등에 힘입어 증가할 수 있지만,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와 저축률 상승 등으로 소비 확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추가 쏠린다. 시중 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 문제가 민간소비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이 얼마나 지속될 지도 관건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올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반도체 호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내년 D램 가격이 떨어지고 낸드플래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는 반도체 등 ICT 수출이 많이 늘었지만 1년 이상 지속한 반도체 호조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삶의 질을 높일 두 축으로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취업자수 전망치는 5개월 전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36만 명보다 낮은 32만 명으로 제시했다. 예산과 정책을 총동원해도 고용 상황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특단의 대책이 보지 않는다. 고용증대세제 역시 지난 정부에서 내놨던 것으로 새롭지 않다. 정부는 내년에 구직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25∼29세의 주요 구직 연령대 인구가 올해보다 11만 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혁신성장 역시 중소기업 육성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신성장 산업 육성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돈을 푸는 것이 아닌, 민간투자와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경제정책방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조정과 시장 개혁 등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 및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서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과 주요 선진국 통화정책기조 변화 가능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성향 강화 등과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굵직한 위험요인들이 산적해 있다“며 내년 우리 경제가 많은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