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가 내년 첫 시행을 앞두고 딱 열흘을 앞둔 시점에서 시행령개정안이 또 바뀌는 등 누더기 세법으로 변질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종교단체의 눈치를 보며 내년 시행에 의의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지난달 말 입법예고한 종교인 과세 세법시행령 개정안인 종교활동비에 대한 비과세와 세무조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논란이 되자 종교활동비를 세무당국에 신고하도록 수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종교활동비에 대한 비과세는 그대로 유지했고 세무조사도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검토 결과 종교활동비는 기업의 업무추진비, 판공비 개념으로 개인의 생활비가 아닌 주로 자선·사회적 약자 구제 및 교리 연구 등 종교 본연의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라는 측면을 감안해 비과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불과 한 달도 안 돼 개정한 시행령을 또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누더기가 된 종교인 과세가 더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야 확정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개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이달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재부의 종교인 과세 시행령 개정안이 국민 일반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보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기재부의 수정안은 여전히 종교인 과세 대상 소득 범위를 종교단체가 자체적으로 정하되 신고의무가 없던 종교활동비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특히 종교활동비는 종교단체가 제각각 기준에 따라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어 특정 종교활동비가 과세 대상인지를 과세당국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들은 종교활동비를 신고할 경우 종교활동이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결국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개정안조차 아무도 만족을 시키지 못한 셈이다.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를 내년에 시행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만큼 우선 시행을 해보고 문제가 있다면 다음에 수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처음 논의된 이후 2013년 정부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2년여간의 논의를 거쳐 2015년 입법됐고 2년 유예 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