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예고되면서 9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거래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기보다는 수익성과 미래가치가 높은 하나의 집에 집중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9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량이 전체 아파트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정부 들어 가장 큰 부동산 대책인 8·2 대책 시행 이후인 9월의 서울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은 1200건이었다. 이후 10월 1056건과 11월 735건으로 연말 비수기 진입의 영향으로 거래량의 크기 자체는 다소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9월 8265건, 10월 3805건, 11월 6506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반기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에서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9월 14.5%, 10월 27.7%, 11월 11.3%였다.
이 같은 고가 아파트 거래량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많게는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2016년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은 9월 1370건, 10월 1320건, 11월 503건으로 나타났으며, 서울 내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9월 1만839건, 10월 1만2878건, 11월 10914건으로 집계됐다.
두 통계로부터 추산되는 지난해 고가 아파트 거래량의 비중은 9월 12.6%, 10월 10.3%, 11월 4.6%다. 올해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1.9%p 높아진 것을 시작으로 10월과 11월에는 고가 아파트의 거래량 비중이 무려 3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지난달인 11월의 경우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40.4%(4408건)가량 줄어들었음에도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은 46.1%(232건)나 증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영향과 앞으로도 각광받는 고가 아파트의 투자가치로 인해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부장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마포, 성동, 서대문 등 강북에서도 전용 85㎡ 가구가 9억 원이 넘고 있어 9억 원 이상 아파트 물량 자체가 많아진 영향도 있다”며 “앞으로도 다주택자들이 정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가치가 높은 강남 재건축 등의 단지를 보유하고 그 밖의 투자가치가 낮은 매물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