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폭행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이들

입력 2017-12-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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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말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경우에 사용된다.

이로 인해 더러는 진실이 왜곡되고, 본의 아니게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量産)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 행사장에서 중국 측 경호원들이 취재 중이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을 집단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폭행을 당한 사진기자들은 취재비표를 거듭 보여줬음에도 경호원들이 출입을 막자 이에 강력히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사진기자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청와대는 곧바로 중국 정부에 엄중히 항의했고, 폭행당한 사진기자 두 명은 베이징 시내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후 귀국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공분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 방중 수행 사진기자를 폭행한 중국 경호원 측에 유감을 표했고, 국민의당도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는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이며 결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밖에도 사회민주주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중국외교만행규탄시민행동’과 한국기자협회 역시 “사진기자 폭행 책임자를 검거해 처벌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중국 측 경호원들이 국내 사진기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건에 대해 대다수가 분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되레 “폭행당한 이들이 중국 측에 사과해야 한다”라는 등 납득하기 힘든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일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에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국내 사진기자 폭행 건과 관련해 ‘경호원의 정당방위’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을 자초했다. 조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력사태 조사 결과를 지켜봅시다”라며 “경호원이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기자인지 어떻게 구분을 하겠느냐”고 전했다. 이후 조 교수는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팩트 체크를 못한 실수를 다시 한번 반성하며 사건 경위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 자성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논란에 선 인물은 또 있다. 전직 경찰서장 출신인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 해당 언론사의 사과와 기자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 비난을 샀다. 장 센터장은 “중국에서 물의를 빚은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는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대중국 외교에 막대한 지장을 야기한 해당 기자를 징계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행을 당한 기자에게 징계를 내리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는 건네지 못할망정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는 폭행을 정당화하고, 솔선수범(?)해 제2, 제3의 인신 폭행을 가하는 추태(醜態)에 말문이 막힌다.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제대로 된 팩트 체크는 필수다. 제 아무리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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