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수백개 중소기업을 도산시킨 키코(KIKO)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금융당국에 권고했다.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의 분리·독립을 비롯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제도 역시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총 106페이지 보고서 전문 중 상당부문을 그간 금융부문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 규명에 할애했다. 키코 사태(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2007년), 저축은행 사태(2011년), 동양 사태(2013년) 등이다.
특히 키코에 대해서는 2010년 이후 금융당국 차원의 실태 파악이 중단된지 7년 만에 전면적인 재조사를 지시했다. 키코 사태를 통해 감독당국이 스스로의 역할 부재를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는 일침도 덧붙였다.
금융행정혁신위는 금융위원장에게 피해 기업이 분쟁조정을 통한 피해구제를 요청할 경우 재조사 등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중지명령권 제도’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도입도 요구했다.
특히 키코를 비롯한 금융부문 사고가 금융고객보호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중시하는 감독관행에서 기인한다며 금융소비자보호 부문의 분리·독립을 촉구했다. 최근 인터넷은행 인허가, 기업구조조정 관련 논란 역시 감독행정 업무보다 금융산업 정책업무가 중시된 사례로 보고 금융위 내부에서 업무를 구분하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최근 신(新) 관치 논란에 휩싸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해 혁신위는 금융당국의 적정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격과 관련한 요건이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 보다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삼성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문제는 당초 혁신위 검토 계획에 없었지만 이번 권고사항에 포함됐다. 혁신위는 삼성특검으로 드러난 금융실명제 이전 개설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과 소득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결의했다. 또한 금융실명제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실명제 이후 개설된 비실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입법 등을 통해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인·허가 규제 네거티브로 전환 △신용협동조합 중앙회장 선거 직선제 변경 등 구체적인 사항들이 적시됐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과거와 현재의 금융행정 문제점을 적시하고 모색하는 것은 지속적인 금융개혁을 위한 과제”라며 “국민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