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내년부터 국가 원자력 연구개발(R&D)의 패러다임을 원자력 발전과 신규 원전 개발 중심으로 안전기술 개발과 그동안 축적된 원자력 기술 활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해체 기술 확보와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해 내년 올해(600억원)보다 10% 이상 늘어난 687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는 내년 원자력 분야 R&D에 투입되는 예산 2036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래원자력기술 발전전략'을 18일 발표했다.
안전 및 해체기술의 연구개발 예산 687억 원 중 가동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96억 원, 방호ㆍ방재기술 고도화 기술 개발에 28억 원, 공통 기반기술 및 첨단 안전기술 개발 지원에 97억 원 등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기 위한 기반기술 38개와 상용화 기술 58개 등 총 96개 기술을 2021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원자력 기술을 의료 및 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원자력의학원을 방사선기술 기반 연구중심병원으로 정해 2019년까지 동위원소 치료기술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임상기술을 개발키로 했다. 또 방사선 의약품 개발 지원에 내년 138억 원을, 하나로 등 연구기반 시설을 활용해 산업 소재를 개발하는데 50억 원을 투입한다.
원자력기술의 해외수출 지원도 강화한다. 연구로, 중소형원자로의 해외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하여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국산 원전연료, 원전해석용 소프트웨어 등 요소기술에 대한 수출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고밀도 저농축 연구로 원전연료, 전산코드, 중대사고 대응 지원 로봇, 원전 블랙박스 등 수출도 계획 중이다.
핵융합 등 미래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핵융합에너지원천기술개발사업(가칭)'을 2020년 신설하고,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원자력기술을 이용해 신산업을 육성하도록 하나로(대전), 방사선연구소(전북), 방사선치료 플랫폼(서울) 등 원자력 기반시설이 집적된 지역을 중심으로 '방사선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것도 이번 전략에 포함됐다. 또 국내 연구로 및 중소형원자로 등의 수출 지원도 강화키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러한 발전전략을 반영해 '원자력 연구개발(R&D) 5개년 계획'(2017∼2021년)을 수정ㆍ보완하고 발전전략에 부합하도록 원자력연구원 조직개편, 원자력의학원 발전전략 수립, 안전전문인력 양성 등 원자력 관련 기관혁신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안전기술 개발과 그동안 축적된 원자력기술의 활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원자력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번 발전전략 수립을 계기로 국내 원자력기술이 보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원자력 분야의 종합적인 기술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