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진과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와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같은 가축질병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도 예산을 자연재해와 가축질병 등 분야에 집중 투입해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에서다.
14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국가 전체 예산 올해보다 7.1% 늘어난 428조8000억 원으로 정한 가운데 농식품부의 내년 예산과 기금 총지출 규모가 14조4996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올해보다 109억 원(0.08%) 늘어난 규모다. 예산 일반지출 규모는 8조5794억 원으로 올해보다 6.2% 증가했지만, 기금 일반지출 규모는 5조9202억 원으로 7.7% 감소한 영향이다.
부문별로는 양곡관리·농산물유통(7.5%), 농업체질강화(4.1%) 등에서 늘었다. 반면 식품(-7.0%), 농가소득·경영안정(-5.9), 농촌복지 및 개발(-2.7), 농업생산기반 조성(-2.0%) 등 부문은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불용이 예상되는 예산을 국정과제와 혁신성장 지원, 당면현안 대응 등 필요한 분야에 재분배해 내실 있게 보완했다고 전했다. 최근 쌀값 회복으로 변동직불금을 감액하고, 전액을 농업분야에 재투자했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선제적 수확기 대책 등으로 최근 쌀값이 회복됨에 따라, 불용이 예상되는 쌀 변동직불금 4100억 원을 감액했다. 또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 17억 원, 공무원 충원인력 감축에 따른 농림축산검역본부 인건비 5억 원 등을 더해 총 4122억 원을 줄였다.
대신 감액 재원을 활용해 가뭄대책·지진대비, 가축질병 및 병해충 유입 방지, 화훼유통센터 지원 등 재원 충원이 필요한 48개 사업에 4178억 원을 증액했다. 실제 올해보다 늘어난 예산은 미미하지만,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훨씬 큰 증액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산에서다.
우선 지진과 홍수, 가뭄 등 재난재해 예방 지원에 1011억 원을 증액했다. 내진성능 점검을 토대로 지진에 취약한 노후 저수지와 국가관리 방조제 등 내진보강 및 개보수 예산 350억 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이에 수리시설 개보수에 4600억 원, 국가관리방조제 개보수에 409억 원의 예산을 확정했다.
항구적인 가뭄대책 추진과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저수지, 양수장 등 수리시설 설치와 안정적 농업·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농촌용수개발 사업 예산을 143억 원 늘렸다. 상습 침수피해 농경지의 배수개선 지원은 130억 원 증액했다.
가축질병 예방과 축산물 안전관리, 해외 병해충 유입방지 등 당면한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2050억 원을 확대 투입한다. AI 긴급 백신공급을 위한 항원뱅크 구축 예산은 25억 원을 늘렸다.
가축매몰지 발굴 및 소멸처리에는 188억 원을 증액했다. 또 25억 원을 추가 투입해 가금산물 이력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도축검사운영의 경우 살충제·항생제 등 잔류물질 정밀검사장비 지원에 45억 원을 확대했다. 외래 불개미 등 병해충 방지를 위한 항만 수입컨테이너 검사, 탐지견 운영 등 식물검역검사에는 43억 원을 증액했다.
농산물 소비촉진 부문에서는 청탁금지법 피해품목 소비촉진을 위해 화훼종합유통센터 2개소에 24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신규 사업인 국제 난(蘭) 엑스포 개최를 위한 연구용역비로는 1억 원을 책정했다.
쌀 수급 및 밭작물 지원 부문에서는 양곡매입비 902억 원, 관리비 750억 원을 각각 증액했다. 쌀값 회복에 따라 시장격리곡 매입 및 관리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밭작물공동경영체 12개소 추가에는 18억 원을 더 투입한다. 밭작물 기계화 촉진을 위한 농기계 임대사업 지원금은 20억 원 늘렸다.
농산물 수급안정 및 유통 효율화 부문에는 606억 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농산물 수급안정 및 서민 먹거리 물가안정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비축 지원으로 100억 원, 산지유통종합자금(수급안정자금)으로 200억 원을 각각 늘렸다.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는 25억 원, 농산물산지유통시설 지원은 17억 원 증액했다.
청탁금지법과 최저임금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영세 식품·외식업체 지원 예산도 확대한다. 식품외식종합자금과 농식품글로벌육성자금으로 각 100억 원씩 2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말 산업특구 및 승마교육센터 지원 25억 원, 곤충산업클러스터 조성 연구용역(동식물자원산업화지원) 7억 원, 양잠특화단지 조성(설계비) 3억 원 등도 추가로 반영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변동직불금 소요 감소 시 재원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변동직불금 지급액이 현 예산(1조800억 원) 대비 적을 경우, 그 차액만큼 농특회계에서 쌀소득보전기금으로의 전출금을 축소할 계획이다. 이는 재원이 부족한 농특회계 운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