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당장 내년부터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선포하자,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2년까지 계열사 신규펀드 판매비중을 25% 이하로 낮춘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계열사의 좋은 상품조차 팔지 못하게 하는 행정편의주의 규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내년 하반기 경, 자산운용시장 발전방안의 일환으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통해 연간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 한도를 현행 50%에서 45%로 축소할 방침이다. 다만 시장 부담을 고려해 매년 5%씩 점진적으로 낮춰 2022년까지 25%까지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당장 내년부터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자산운용업계의 부담감은 커졌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계열사 신규펀드 판매비중이 45%를 초과하는 곳은 NH선물,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3곳이다.
회사별로는 NH선물이 NH-아문디자산운용 신규펀드 판매비중 58.81%로 가장 높았다. 이 기간 펀드 판매잔액은 500억 원이었다. 이어 유진투자증권-유진자산운용(47%, 275억 원), 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이(45.3%, 1221억 원)이 뒤를 이었다.
만약 신규펀드 판매비중을 25% 미만으로 낮출 경우 제재에 걸리는 곳은 1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舊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40.15%), 부국증권-유리자산운용(39.63%), 하이투자증권-하이자산운용(31.71%), 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29.2%), 국민은행-KB자산운용(27.75%) 등이 대표적이다.
김기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자산운용과장은 “기존에는 대형 계열사를 가진 운용사들이 유리해 신규 펀드들이 성과를 내기 힘들었던 만큼 이를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판매 규모가 큰 증권사나 보험사들은 성과가 좋은 경쟁력 있는 펀드들을 추천해 팔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와 관련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 제재안은 과거 만들어질 당시 어느 시점에 일몰되는 방안이었는데 되려 규제가 강화돼 당혹스럽다”며 “추천할 만한 계열사 상품이 있어도 비율에 걸려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