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이른바 ‘셀프 연임’ 실태를 정면으로 질타한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사외이사 ‘셀프 추천’ 이 내년 연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하나금융만이 회장이 직접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추천된 사외이사들은 지주회장과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등 이사회에 참여해 현 경영진을 지원하는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투데이가 13일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 내 회추위·사추위 위원(사외이사)의 추천 경로를 전수분석한 결과, 하나금융의 경우 회추위·사추위 운영방식이 다른 지주사와 비교해 폐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이 직접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이들 위원회에 배치되면서 최고경영자(CEO) 연임 및 신규 선임 등을 지원해 경영승계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냈다. 회추위와 사추위는 각각 지주 회장을 추천하고, 사외이사 진입을 결정하는 곳인 만큼 이사회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김 회장은 회추위원 총 7명(본인 포함) 중 윤종남, 송기진 등 2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들은 총 위원이 5명뿐인 절대적인 힘을 갖는 사추위에도 포함되면서 '회전문식 셀프 추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송기진 사외이사는 김 회장으로부터 연이어 두차례나 추천을 받았다. 김 회장은 송기진 사외이사(2014년 3월 최초 선임)가 지난해 3월 1차 연임과 올해 3월 2차 연임을 할 때 모두 추천한 인물이다.
문제는 내년 3월 김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회추위가 구성되면 김 회장을 제외한 총 6명의 회추위원들이 표결을 행사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 회장을 제외한 6명의 회추위 위원 중 2명이 김 회장 추천인사로 채워져 있는 만큼, 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금융권은 김 회장이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금융지주사 한 인사는 “회장이 직접 추천하는 것은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다” 라며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경우 오해 소지가 있는 만큼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사추위 구성도 문제가 있다. 하나금융 사추위는 김 회장을 포함해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윤종남·송기진 등 사외이사 2명은 김정태 회장이 추천했다. 결국 김 회장 본인을 포함해 사추위 위원 과반 이상이 우호 세력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법 테두리 내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있고, 오히려 한 사외이사가 여러 후보를 추천하는 다른 금융지주가 더 왜곡된 구조”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법을 준수하고는 있지만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실태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실태점검 일정을 짜고 있고 완료되면 조만간 지주사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며 “지주사들이 지배구조법을 우회한다거나 편법을 사용하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필요시 현 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