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불법 사찰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14일 밤 결정된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을 피했던 우 전 수석의 신병을 검찰이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 관계자는 "최고 권력자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민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면 그 사안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증거인멸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수사팀 관계자는 "(우 전 수석 혐의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조사했고 진술도 확보했다"며 "증거자료와 증거물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조인으로서 위법행위에 대해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수사팀 관계자는 "법률의 부지(不知)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우 전 수석 정도 되는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에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께 종료됐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심사에 앞서 "민정수석의 통상 업무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고 답했다.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등을 두고 검찰과 우 전 수석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을 통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기획·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우 전 수석은 또 국정원에 과학기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진보 성향 교육감에 대한 뒷조사 등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10일 두 차례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7월부터 넥슨 강남땅 특혜 의혹 등 개인 비리는 물론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 등으로 특검과 검찰 조사를 잇달아 받았다. 검찰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