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특수고용직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보험사에 소속돼 있는 전속 설계사 19만명 중 절반 수준인 10만명 정도를 정리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설계사들은 저소득자의 경우 특수고용직 특별법 추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상당수 보험설계사들은 반대 입장을 밝혀 입법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정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특별법(이하 특고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고법 추진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해 특수고용직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재점화됐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산업계뿐 아니라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국회 등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됐다. 노동계는 특수고용직이 근로자인 만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고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특고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보험사들은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설계사들을 대거 정리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오히려 법 시행이 보험설계사 고용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보험설계사 수는 34만305명으로 전체 특수형태 근로종사자(48만3935명)의 70.3%를 차지한다.
보험업계는 설계사에 대한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가입이 의무화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 적어도 월 소득 200만 원 이하 저성과 설계사는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인 전속 설계사는 생보업계 5만4335명, 손보업계 4만3216명 등 총 9만7551명이다. 전체 전속 설계사의 50.7% 수준으로 절반에 가까운 설계사들이 위험군에 속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의 4대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경우 보험업계의 추가 부담액은 연간 6037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보험사 순이익(6조1714억원)의 10%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선 추가 비용이 1조 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비용 감소가 필요한 상황에서 4대보험 가입 등으로 비용이 늘어나면 저성과 인력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보험대리점(GA) 판매 채널 비중이 높은 보험사를 비롯해 대형 보험사들도 전속 설계사와 계약을 대거 해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