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최태원 SK 회장이 꼽은 ‘포스트 반도체’ 사업인 제약·바이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의 의약품 위탁생산회사(CMO)인 SK바이오텍이 내년부터 유럽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글로벌 톱10 CMO’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
1일 SK에 따르면 SK바이오텍은 6월 인수한 아일랜드 스워즈시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대형 원료 의약품 생산 공장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사 제품을 생산하며 유럽 CMO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텍은 이번 달 BMS 공장 인수 대금을 치를 예정이다. SK㈜는 SK바이오텍에 172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11일 출자하고 SK바이오텍은 이 자금을 BMS 공장을 인수하는 데 사용한 이후 합병후통합(PMI)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BMS 공장에서는 BMS의 합성 의약품은 물론, 다국적사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통합 이후부터는 SK바이오텍의 제품도 이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SK바이오텍은 연속·고압 촉매공정기술을 기반으로 에이즈,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등 각종 질환 치료제의 원료의약품 및 의약중간체 등을 생산하고 있고 생산 의약품의 90% 이상을 북미·유럽의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SK바이오텍은 총생산능력 32만ℓ 규모의 대전 대덕단지와 세종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80만ℓ까지 증설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SK바이오텍에 대한 유상증자는 새로운 투자가 아닌 BMS 공장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BMS 공장에선 기존 고객사들 물량만을 생산하고 있지만 PMI 완료 이후엔 SK바이오텍 물량도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SK의 바이오사업이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 있는 데는 최 회장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고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에 대한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바이오 사업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SK는 2007년 지주사 체제 전환 당시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SK바이오텍을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시키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섰다.
SK는 SK바이오텍 외에도 중추신경계 혁신신약 등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는 SK바이오팜과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는 SK케미칼을 통해서도 바이오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약, 의약중간체, 항생물질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수면장애 치료 신약 ‘SKL-NO5’에 대한 신약허가(NDA) 신청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최 회장의 장녀 윤정 씨가 6월 SK바이오팜에 입사하며 SK그룹 내에서 높아진 위상을 증명했다. SK케미칼은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겨냥한 NBP608 등을 앞세워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바이오랜드 역시 화장품과 천연 의약품 원료 등을 생산하며 SK의 바이오 사업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SK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개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개인 헬스 분야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SK㈜는 지난달 30일 AIA생명의 건강관리 프로그램 ‘AIA바이탈리티’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AIA바이탈리티는 사용자의 흡연·음주 습관, 운동량·시간 등을 관리해 주고, 목표를 달성하면 제휴사 포인트·마일리지 등의 혜택을 주는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이다. SK의 AI 기술이 적용되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개개인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